1부. 야철신 

 

여인의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떨다가 눈을 감았다. 내 머리 속의 검은 화면에 과거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것은 법사의 모습이었다. 법사가 종이들을 향해 무엇인가를 중얼거리자 하나씩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종이의 글자가 사라지면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올라왔다. 공중에서 휘돌며 메아리치듯 움직이던 연기는 바닥에 놓인 단지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 개씩 한 개씩 모두 불태워져 생긴 연기가 단지 안에 가득차자 종이로 입구를 봉하고 글씨를 썼다.  

그리고 다시 화면이 바뀌어 단지 중에 하나가 들썩이다가 종이가 뜯어지며 새지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야 어떻게 새지가 이 세상에 온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법사가 새지의 다리에 상처를 내는 모습이 상세히 나타났다. 

[도련님이 가져오신 팔색조는 여러 번의 실패 속에 겨우 태어난 한 마리였습니다. 그러나 주인님이 기대하신 것과는 달리 아무 것도 하지 못하여 광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럼 법사는 그 녀석을 어쩌할 셈이었나?]
[아직 깨어나지 않은 또 팔색조 새끼를 위해 사멸시킬 예정이었습니다] 

현기증이 난다. 새지가 그럴 운명이었다니..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새지가 그 토록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던 곳으로 내가 다시 데려왔으니 앞이 캄캄하다. 

[너도 이름을 봉인당한 것이냐?]
[저는 본래 이름이 없었던 존재. 죽어가고 있을 때 주인님께서 구해주셨습니다]
[왜..이 모든 사실을 나에게 말해주니? 이것은 너의 주인을 배반하는 일인데..] 

그녀는 잠시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본래 요괴란 동료의 개념이 없습니다. 각자의 삶을 사는 존재들이니까요. 제게는 주인님을 배반하면서까지 그들을 구해주어야하는 의무는 없으나...이만큼의 세월을 살다보니 무엇이 도리인지를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주인님이 더 이상 무익한 살상을 하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러한 일을 계속하시는 것은 요괴들의 원한을 깊게 하는 일. 주인님의 신변에 위험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또한 팔색조를 데려오실 때 도련님의 눈을 보았습니다] 

[혹시..네가 그 녀석을 놓아주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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