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씀씀이가 헤프니?]
[무슨 뜻이야?]
[돈이 없다니까 하는 말이지. 집도 크고 일하는 아줌마도 있는데 돈이 떨어져서 쥐피를 먹어야할 정도면 니가 펑펑 쓴다는 소리잖아]
[아니거든. 그 집이랑 아줌마는 스승님 꺼야. 내껀 몸뚱아리뿐이고. 난 장애가 있는 아~주 가난한 뱀파이어야. 그래서 지금 장애 수당 받으러 간다, 그거라도 있으면 당분간은 버티니까.]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뱀파이어 주민자치센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데려가고 싶지 않아 말없이 나왔는데 어느새 그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쫓아왔다, 여전히 백합무늬 파자마를 입은 채. 주변의 바람이 일어날 정도로 빠르게 뛰자 그도 헐떡이며 뒤따라왔다. 서로 실랑이를 하면서 오다보니 한강 둔치에 15분 만에 도착했다. 내가 마침내 천천히 걸어가자 궁금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장애가 있어? 다리도 팔도 말짱해 보이는데..머리가 이상한가?]
[이가 없어]
그가 눈썹을 올리며 못 알아들었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긴 내가 중얼거리듯이 말했으니 잘 안 들렸을 수도 있다.
[이가 없다고, 이가]
딴 곳을 바라보며 말하자 얼른 내 앞으로 다가와 입을 벌려보더니 탁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쳤다.
[이 전부 있구만, 없긴 뭐가 없어?]
[너 아이큐가 몇이냐? 뱀파이어에게 있어야할 송곳니가 없다는 말이야]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일이야 처음 겪는 것도 아니니 별반 신경 쓸 게 못 되지만, 기분 나쁜 건 나쁜 거다. 자신이 가진 약점을 스스로 말해야 하는 건 누구라도 하기 싫을 테니까.
그가 동정을 하거나 놀리면 화를 내려고 했는데, 의외로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내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슬며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넌 참 멋진 뱀파이어구나]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