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인 아줌마에게 나체의 남자가 보이면 어떤 사단이 벌어질지 겁이나 고양이, 고양이, 빨리 고양이..라고 소리쳤다. 내가 고양이라고 하자마자 그는 다시 새끼고양이로 돌아갔고, 아줌마는 그 때야 마당을 살피다가 그를 발견했다. 그가 떨어진 직후부터 이렇게 될 때까지 너무 긴장해서 나는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  

[어머~고양이잖아!] 

아줌마는 육중한 몸매에도 쉽게 창문을 뛰어넘어 고양이를 단숨에 잡았다. 그는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을 바짝 세운 채 갸르릉 거렸지만 몸집이 작다보니 그다지 무섭지 않다. 오히려 나체의 남자가 심하게 두려웠다.  

[누군가 키우던 거 같아요. 야생 고양이는 사람 손을 타면 피가 나도록 무는데, 이 녀석은 안 그러네요. 아효..간지러워라..] 

아줌마는 그가 엄지를 물고 있지만 그다지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사랑스럽다는 말을 한다. 나는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했다. 다가가서 고양이를 넘겨받자 그는 또 내 손을 핥기 시작했다.  

[이거 키우실거에요?] 

[그게..아직 결정을 못 했어요] 

[키우면 아가씨도 덜 적적하시긴 할 테지만..문제는..]  

[문제는?] 

돈이다. 먹고 줄을래도 없는 상황이라 당장 내일부터는 아르바이트라도 찾아야할 판에 고양이 먹이랑 병원비는 어떡하실 거냐고 묻는다. 그 말에 대꾸할 거리가 없어 말없이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나에게 윙크를 했다, 웃는 입을 하며. 

[어머, 어머! 지금 보셨어요?] 

아줌마가 호들갑스럽게 떠들었다. 윙크하는 고양이는 별로 없으니 그 앙증맞은 모습에 아줌마, 한 눈에 반했다. 나는 속으로 으웩..이라고 대꾸했다. 

[주인어른은 외출 하셨으니, 일단 집 안으로 데리고 가봐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도 안 늦으니까] 

아줌마는 여전히 망설이는 나를 잡아끌며 집으로 돌아갔다. 내 손에 들린 그는 실실 웃는다. 그가 원하는 게 뭘까?  

[당연히 같이 지내는 거지] 

순간 깜짝 놀라 고양이를 떨어트렸다. 

[아이고, 아가씨! 고양이가 다치면 어떡하시려고 그러세요!]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는 문제없다. 착지도 못하면 그건 고양이도 아니니까. 하여간 나는 머릿속에 울려 퍼진 그의 말에 기절하게 놀랬다.  

[미..안해요. 간지러워서..] 

아줌마의 바짝 올라간 눈썹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어 들었다. 단, 꼬리를 엄지와 집개로 들어 거꾸로 잡았다. 고양이는 물구나무 자세로 헤엄을 치듯 공중에서 발을 마구 흔들었다. 그 자세 그대로 아줌마에게 건네려고 내밀었다. 

[주지마! 가기 싫어] 

또..들렸다, 그 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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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바다 2010-10-2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정말 재밌네요..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을만큼..그 전 글도 마음이 동감하며 읽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