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미안. 고양이로 오래 있었더니..] 

그래도 한 가닥 예의라는 걸 아는지 다리를 오므리며 웃는다.  

[나 때문에 우는 거야?]
[아니야, 안 울어! 그런데 넌 정체가 뭐야? ]
[프릭스]
[프릭스? 아...그..] 

프릭스는 스승님이 책을 통해 가르쳐주셨다. 의과생들이 공부할 때 아주 이상하고 심각한 병은 실제로 환자를 찾아 임상 실험이나 진료를 할 수 없듯이, 프릭스도 그런 류에 속한다. 제대로 된 명칭은 프레데릭스 코드 발로 어쩌고 저쩌고다. (너무 길어서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그걸 기억하고 있어야할 이유도 없다) 인간이되 변신괴물의 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는 변종 생물이다.  

내가 프릭스를 보게 되다니! 사람들이 알면 잡아다 연구하거나 서커스에 보낼 것이다. 혹시 뱀파이어 티비쇼에 고정단골이 되지 않을까? 

[진짜 프릭스라면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위험할 텐데..]
[글쎄..지금처럼 인간으로 다시 변하지 않는 이상은 몰라. 제아무리 잘난 뱀파이어라고 해도 나한테 프릭스입니다..라는 표식이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모르긴 뭘 몰라! 뱀파이어가 코맹맹이냐!] 

좀 전의 그 기가 막혔던 냄새를 기억해내며 짜증을 부리자, 그는 신나게 웃었다. 웃음이 온 몸을 돌아 나오는지 나뭇가지까지 같이 흔들렸다. 어찌 보면 떨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한데도 가지가 부러지지 않는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답은 열쇠가 너라는 거야]
[뭐?]
[니 덕분에 인간으로 복귀한 것 같다고..너의 뭔가가 나를 도와준거야]
[그럼 다시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어?]
[물론이지]
[해봐, 지금] 

그는 자신감 있게 대답을 하다가 다시 고양이가 되라는 내 말에 왼쪽 눈썹을 삐죽거렸다. 생각을 하는지 사타구니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1층에 있는 주방 창문이 열렸다. 곧이어 가정부 아줌마가 머리를 내밀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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