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 

흙바닥에 등을 부딪히며 그대로 뻗었다. 하늘을 향해 맥 놓고 있던 내 몸 위로 몇 초 후에 고양이가 착지했다. 두 손으로 확 잡자 고양이는 손을 또 핥는다.  

[내가 누군지 알기는 하니?] 

이 고양이는 다른 놈들처럼 최상위 포식자인 뱀파이어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이 없다. 내 손에 잡혔을 때 그것이 늑대든, 쥐든 덜덜 떠는데 이 놈은 안 그런다. 게다가 어찌나 간지럽게 핥는지 뜨뜻해진 손가락에 침이 잔뜩이다. 오른 손으로 고양이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벌릴 수 있는 한 최대 크기로 입을 열어 고양이를 머리부터 넣으려는데, 이걸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이 와중에도 앞발로 내 손을 툭툭 치며 웃는다. 고양이가 웃는다는 건 입 모양이 스마일로 보인다는 뜻이다. 배고프지 않다면 나는 상당히 인도주의적인 뱀파이어라 가지에 올려놓던지, 다른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겠지만 지금은 배가 등가죽에 붙었다. 이대로 몇 시간만 흐르면 나는 아사할 것이다. 하여 미안한 마음을 접고 고양이 머리를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살짝 물어 피를 마시려는 순간, 코를 찌르는 알싸하고 매캐한 냄새가 내 몸 주변에서 피어올랐다.  

[푸에취...에취..에취..] 

폭풍 같은 기세로 재채기를 하느라 고양이가 내 입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도 몇 번 쯤 허리를 꺾으며 심각하게 콜록거렸다. 

[날 먹으려고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눈물이 어릴 정도로 거센 재채기의 후유증일까..내 눈 앞에는 고양이가 남자로 변해 자기 손을 혀로 핥으며 사람처럼 말을 했다. 이상한 냄새의 근원이 바로 이 사람인듯 끊임없이 묘한 향기가 발산되어 재채기를 유발했다. 

[저리 좀..에취..가면 안 돼요? 에취] 

그는 웃으며 몇 발짝 물러났다. 냄새는 발이 없는 대신 속도가 빨라 그 정도로는 어림없었다. 결국 나는 창틀 위로 물러나고 그는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서야 냄새가 다른 곳으로 퍼졌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남자와 마주보고 있노라니 눈이 갈 곳을 잃었다. 그는 내가 민망해하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이제는 다리를 긁으려는 포즈를 취했다.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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