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있었어요] 

[몇 개?]

[한 개요]  

 

 스승님은 마지못해 말하는 나에게 이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뱀파이어는 두 개의 송곳니를 가져야 하지만, 나는 부정기적으로 나타나고 그 마저도 한 개였으니 장애도 이런 장애가 없다. 그게 뭐가 웃기냐는 생각이 들면서 심술이나 발로 찼지만 그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뱀파이어라 그 정도의 공격은 바로 피했다.  

 

 [그 남자의 목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어, 기억나니? 너는 송곳니가 한 개 뿐이라 그런 상처를 낼 방법이 없지]  

[아! 그래요. 두 개였어요]  

 

 눈을 감고 어젯밤의 그 남자를 떠올렸다. 그 피, 살짝 입술에 닿았던 신선하고 맛있던 혈액. 순간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저기..]

[좀 더 자라. 아직 몸이 고단할거다]  

 

 그는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지 방을 나갔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는지 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지금이 밤이라는 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보통은 이렇게 오래 자지 않는데, 구타당한 게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마치 찜질방에 들어가 땀이라도 쫙 뺀 것처럼 몸이 나른하다. 다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지만, 복잡한 기분과 꼬리를 무는 생각에 정신이 갈수록 반짝거렸다.  

 

  막 의문을 떠올리려는 찰나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창문쪽에서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피에 대한 기억과 흥분이 남아있어, 고양이라도 한 입 먹고 싶다는 본능 때문이었다. 살금살금 창문가로 다가가 문 사이로 밖을 보았다. 건너편 나무 위에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다 큰 놈이라면 내가 창문을 여는 순간 뛰어내려 도망가겠지만, 새끼는 그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있다. 지난번에 한 입 마셨던 고양이가 그랬다. 입 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며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창문을 밀었다. 고양이는 귀를 쫑긋했지만 내 쪽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 울음소리를 냈다. 그에 용기를 얻어 몇 초 만에 창문을 타 넘어 나뭇가지 쪽으로 점프했다. 한 번에 착지 성공이라면 좋겠지만 나는 고양이가 있는 나뭇가지에 못 미치게 도착하는 바람에 간신히 가지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하지 마! 간지러워]  

 

고양이는 내가 잡은 가지 쪽으로 살금살금 기어와 손을 핥았다. 간질간질, 간질간질..이러다 가지를 놓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고양이는 여전히 같은 행동이다. 멍청한 고양이가 손가락을 살짝 깨무는 순간, 가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몸이 흔들렸고, 몇 초가 흐른 후엔 내 팔뚝 정도 굵기의 가지가 부르르 떨리며 툭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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