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내가 있어서 당분간은 위험한 놈들은 못 오니 상관하지 말고 씻어라] 

다가오고 있는 요괴에 대한 내 마음을 아는 듯 한 마디 덧붙인 뒤에  풍류를 즐기듯 몸을 좌우로 흔들며 눈을 감았다. 그는 능력이 좋은 요괴임이 틀림없다. 생각해보니 그가 나를 따라 올 때부터 더 이상 다른 요괴들이 보이질 않았다. 지금처럼 한 번에 한 놈만, 그것도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일은 보기가 드물었기 때문에 색다르게 느껴졌다.  

저렇게 사람처럼 행동하는 놈을 만나고보니, 나중에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하든 지금 이 순간은 마음이 놓였다. 입을 벌리고 달려오던 바가지 모양의 요괴는 정작 내 발꿈치만 살짝 물고는 물을 퇘..뱉은 후 잠수해버렸다. 물린 다리가 따끔하기는 하지만 그정도는 별일 아니었다. 

물에 새지를 담그자 핏물이 흐른다. 살살 문지르며 깃털 하나하나를 닦고 있자니 팔색조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만가지의 색이 햇빛에 반사되어 사방으로 퍼졌다. 아름답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라지만, 분명 팔색조의 색은 지금까지 살면서 보아온 중에서 단연코 으뜸이다. 어찌보면 화로 속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쇠뭉치의 붉은 기운 같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 담금질을 한 후 물 표면에 떠오르는 검보라색을 띤 청색 물방물처럼 보인다. 새지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는 댓가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반대급부라던가. 그와 만난 후 이렇게 자세히, 오랫동안 그의 색을 보기도 처음이다.  

[팔색조는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하지] 

연잎으로 부채질을 하던 요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꽤 오래 살아온 나도 몇 번 못 봤을 정도니까. 게다가 인간이랑 같이 다니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참으로 신기하지. 인간에게 의지하다니..도데체 무슨 생각인걸까] 

[새지는..사람의 마음을 가진 요괴야] 

[사람의 마음?] 

요괴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생각하는 듯 조용히 있다가 잠시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희,노,애,락을 느끼고, 고통을 알며, 동료를 위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마음] 

[그래? 목숨을 내놓은 결과가 그건가?] 

그의 힐문하는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참으로 교활한 존재야. 동료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듯이 굴다가도 위급할 때는 자신을 먼저 찾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눈 앞에서 나를 밀치고 죽어간 무기 직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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