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래서 스승님이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구나]

눈꺼풀이 1분당 1000회씩 움직이고 이가 달달 떨리자 스승님이 첫날 말한 주의사항이 떠올랐다. 동시에 이럴 때 스승님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나를 구해주시면 좋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 분은 바람처럼 사라졌다가 갑자기 돌아오는 사람이라 이런 생각은 지금의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차라리 나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이 낳겠다. 있는 힘껏 컥 소리를 내며 손수건을 뱉었다. 

[살..려..주..세..]  

 쥐어짜는 목소리로 반짝이는 검은 구두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하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뱀파이어는 고통 속에서 더 예민해지는 법인지 지금의 나는 최고의 청각을 구사하는 중이라, 그들이 소곤거리는 말과 달려오는 발소리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그레고리가 만든 것 같은데..어떻게 할까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야]  

그들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달려오던 발자국 소리가 멈췄기 때문이다. 나는 분당 120회로 떨어진 눈꺼풀의 움직임을 의식하며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스..승..님?]  

그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했기에 비록 갈색 구두와 검은 바지 밖에 볼 수 없어도 스승님이라 생각했다. 이제 허리뼈는 가장 크게 부셔진 5번 디스크 쪽을 맞추는지 불에 달군 철로 허리를 지지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에 견디질 못하고 새된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내 시야로 분명 스승님이 나갈 때 들고 있었던 검은 가방이 보였다. 스승님이라는 확신을 하며 눈을 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