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차신경통

 

저녁에 눈을 뜨자마자 이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에서 왼쪽 3번째가 욱신거린다. 동시에 스멀, 스멀 입천장도 간지럽다. 또다시 이가 변하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나는 어둠을 이불 삼아 그대로 누워 오른 손을 이빨에 가져갔다.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면 징징거리고 눈물도 보이면서 떼를 쓰겠지만 나는 혼자다. 그래서 젓니나는 아기를 엄마가 위로하듯이 아픈 이를 어루만졌다. 손끝에 닿는 느낌으로 보아 송곳니로 변신하는 중이다.  

 

 [넌..좀 이상하구나]  

 

 두 번째 삶을 시작하던 날, 나의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엄밀하게 말해 스승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름으로 그를 부르기 싫어 그렇게 정했다, 그와 가까워진 후부터)  눈을 뜨자 귀 속으로 넘실넘실 들어온 말에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제가..못생겼나요?]  

 [왜 그런 말을 하지?]  

 [ 다들 아름다웠는데, 나만..나만 못생겨서..]  

 

 내 눈에 들어온 그는 상당히 괜찮은 외모를 지녔다. 머리카락은 약간 두꺼워보이지만 자연스럽게 구불거려 요즘 유행하는 바람머리로 느껴지고, 그 밑에 달린 검은색의 눈썹은 적당히 큰 눈과 조화를 이뤄 매력이 느껴졌다. 게다가 코는..한국사람 치고는 상당히 오똑했다. 내가 그렇게나 원하던 코를 가진 그는 입술을 일그러트리며 말을 이었다.   

 

 

 [흠..사람들의 기준으로는 아주 이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처음 본 그 마저도 인정을 하자, 나는 화가 났다. 여전히 아름답지 않다면 뱀파이어가 된 의미가 없다. 미모를 얻을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겪었겠는가.   

 

 

 [젠장, 빌어먹을 세상..]  

 [이봐, 아가씨. 욕을 하면 정말 밉게 보일 거야]  

 [전 아직도 못생겼고, 그 딴 건 상관없어요]  

 

 그 순간 뺨에 차가운 액채가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예민한 신경들은 그 액체가 왼쪽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라고 알려주었다. 스승은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너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어. 그리고 내가 이상하다고 한 건 그게 아니야]  

 [그럼 뭐죠? 혹시 팔 다리가 삐뚤어졌나요? 발가락이 사라졌나요?]  

 

 나는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아직 내 몸은 움직일만큼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고, 목을 움직여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으니 더럭 겁이 났다. 변신하는 과정에서 간혹 문제가 생기기도 하니 그런건 본인의 책임이라고 서약서에 사인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때 이름을 쓰며 드라마처럼 목만 물리면 뱀파이어가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현실적인 깨달음에 쓴웃음이 배였고, 설마 별 일은 없겠지..라는 안이한 믿음이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런 과거 기억이 떠올라 눈을 최대한 굴려 아래를 보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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