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그는 나를 남겨두고 간이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자신의 무기를 수리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떄문이다. 잠시 후에 일어나 한숨을 내쉬며 쫏아가보니, 그는 수도에서 일할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표정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보면서 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모두가 죽는다던 요괴의 말이 생명을 가지고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누르고 거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간이 대장간에서의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어떻게 하루가 시작되고 지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곳에서 지낸지 어느덧 닷세가 다 되어감을 깨달았다. 이상하게도 온다고 하던 진의 군사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열린 문으로 내다보니 지나가는 병사들이나 장군들의 표정이 모두 어둡다. 무기를 고치러 오는 사람들도 농담이나 귀환에 대한 우스개 소리를 하지 않는다. 뭔가가 잘못 된 것 같다. 마음 한 켠에서는 혹시라도 요괴의 말이 맞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시간이 갈 수록 자라났다. 

 

전황이 어떻게 되어가든 사람은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는게 도리고 이치니 막내인 나는 점심 준비를 도우려고 커다란 통을 들고 물가로 걸어갔다. 절반쯤 맑은 물을 담았을 때, 멀리 뒤쪽에서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왠지모를 두려운 기분에 통을 들고 숨차게 뛰어와보니 무기 직공이 병사를 붙잡고 물어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리로 오던 진의 군사들이 적에게 급습을 당했답니다. 전멸이래요]  

 

문득 일전에 사투를 벌였던 요괴가 지금쯤 함박 웃음을 짓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날 놀리고 즐거워하던 그 놈의 얼굴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옆에 엎어져 있는 통에 손을 뻗는데 커다란 뿔나팔 소리가 세 번 울려퍼졌다. 이 신호는 최대한 빨리 퇴각하라는 뜻이다. 올 때처럼 전열을 가다듬어 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훈련받던 무리들끼리 돌아가라고 할 정도로 화급을 다툴 때 분다. 이렇게 되면 어느 병사도 대장장이를 챙길 여유가 없다.   

 

[몸만 가야겠다. 얼른 갑옷을 입고 무기를 챙겨라]
 

우리가 양민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대장장이인 것을 알고 잡혀갈 수 있기 때문에 화살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더불어 군사들 틈에 끼어서 도망갈 기회를 잡기 위함이다. 
 

[만약에 나와 떨어지게 되면 무조건 남쪽으로 걸어라. 그러다보면 우리나라 사람이나 병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수리를 하려고 맡아둔 갑옷을 대는 대로 걸치고 창을 하나 들었다. 무기 직공의 뒤를 따라 흙길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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