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이제 노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 간이 대장간이라고 하지만 중앙에 화로를 만들어야 하며 메질을 할 판도 고정해야 한다. 이 곳에 오기 전에 준비 사항을 철저히 들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물을 필요도 없이 병사들에게 이것 저것 주문을 하며 도구를 날랐다. 계절은 어느새 춘3월이라 바삐 움직이면 땀도 약간 난다. 오랫 동안 씻지 못해 비릿한 체취가 내 몸에서 느껴지지만 모두가 같은 형편이라 이젠 익숙해져 간다.

[푹 자둬라. 진의 군사들이 도착하면 바빠질 거다] 

어느새 밤이 되어 저녁도 대충 먹고나자 무기 직공은 빨리 자는 게 좋다며 돌아 누웠다. 그 옆에 자리를 잡은 후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들이 한 가득이다.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던 북두칠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번엔 얼마나 될까?]
[시체는 많을 수록 좋아.흐흐]

풀 숲 어딘가에서 소곤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곳에도 요괴들이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야 인간의 목숨이 뭐 중요할까 만은 내 일이기도 하여 기분이 나빠졌다.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반대편으로 몸을 움직였다.
 
[오랫동안 심심했는데 우리도 놀아볼까?]
[그럴까? 흐흐]
[인간을 죽이는 맛이 또 최고지]

이제는 웃음 소리마저 들린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잽싸게 요괴들 쪽으로 다가가니 한 놈은 눈치를 채고 도망쳤으나 나머지 한 놈은 다리를 붙잡을 수 있었다.

[니 놈은 인간 주제에 우리가 보이는구나, 그렇지?]

입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안 맞는 모양새로 손에는 개구리의 뒷다리를 들고 있는 게 좀 전에 잡아 뜯었는지 피가 딱지처럼 묻어있다. 그 피비린내에 속이 울렁거린다.

[니네들은 어차피 죽어. 아무도 살아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있어]
[뭐?]
[이 전쟁은 너희들이 진다고. 난 죽음을 따라다니거든. 냄새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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