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정진아~, 꼭 살아서 돌아와라]

왼쪽에서 떡보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인파 속에서 떡보가 눈물을 훔치며 계속 외쳤다.

[밥 꼭 먹고, 절대 물 말아 먹지 말아. 그리고..하여간..살아서 돌아와라]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지 간간히 끊어졌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전쟁 준비가 시작된 이래 그는 누구보다 나를 불쌍히 여겼고, 지금 이 순간 그의 슬픔이 나의 마음에 고통스럽게 다가와 눈물이 다시 솟구쳤다.

[누구와 싸우는 건가요?]
[모용부(慕容部)라는 오랑캐놈들이다]
[우리보다 쎈가요?]
[전쟁은 반드시 쎈 편이 이기는 것이 아니야. 전술과, 환경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우리가..이길 가능성이 있어요?]
[이번엔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진(晉)의 평주사자와 연합을 한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

무기 직공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전쟁에 여러 번 참가 했다는 그도 지금 이 순간 두려울까?

하지만 물어볼 수가 없다. 만약에..그가 두렵다거나 무섭다고 말한다면 나는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끼니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행진했다. 매일 걷고 또 걸었다. 눈은 주변을 둘러보고 손은 주먹을 쥐고 있어 밤이 되면 손목까지 아렸다. 그러나 잠을 잘 때 마저도 긴장하고, 풀숲에서 대충 일을 치룰 때도 계속 돌아보았다. 혹시나 그들이 처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직은 우리나라 영토지만 북쪽의 국경 지대는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매복이나 기습이 있을 수 있다고도 한다. 병사들의 전달 사항에 따르면 직공들도 무기는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병사들의 긴장감이 나에게도 전달될 정도이니 이제 곧 전쟁을 할 지점에 도착하리라 짐작한다.
 
[대장간을 설치하여라]

수도를 떠난지 열흘 만에 우리는 대장간을 지으라는 명령을 들었다. 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매우 넓은 평지다. 뒤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풀 뿐이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이 평지에 도달하면 커다란 도약을 하는지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든다. 그에 내 몸은 바람에 떠밀려 몇 발짝씩 헛걸음을 땔 정도다. 그렇다고 징징 거릴 수도 없기에 나는 대장간 짓는 걸 도와줄 병사 몇 몇과 함께 바람을 물리치려 기를 쓰며 돌 고르기에 집중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갑작스러운 소리에 둘러보니 병사 일부와 주변을 확인할 부대만 남고 나머지들은 곡식을 모두 없애러 어제 지나온 들판으로 출발했다. 청야전술(淸野戰術). 아버지의 서책에서 보았다. 들판을 깨끗이 한다는 말로 적군과 말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곡식 한 알 남김 없이 들판을 비워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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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2010-01-0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요. 길을 걸어가다보면 미끄러질 것 같아 항상 조심조심..작가님도 조심하세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최현진 2010-01-19 09:34   좋아요 0 | URL
댓글이 많이 늦었어요. 아직도 주변에 눈이 많아요. 항상 조심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