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야철신
[아버지, 점심드세요]
해가 중천에 뜨고 대장간 사람들의 점심이 시작되자 나는 밥을 거르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지금같이 전쟁 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는, 일을 하다가 외출한다는 게 불가능하니 식사 시간에 나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맛있는 김치를 얻었어요. 아버지가 드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오늘은 새지가 밥을 달라고 조르질 않는다. 내가 왜 왔는지 알기 때문인지, 없는 것처럼 주머니 속에 있다. 그런 새지가 기특하여 살짝 밥을 뭉쳐 넣어준 후, 아버지가 식사를 드실 수 있게 상을 들고 방으로 갔다. 아버지가 드시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마침내 수저를 내리시자 상을 물린 뒤에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대행수님께서 제가 대장장이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격적으로 일을 배워보래요]
[그거...잘..되었구나]
마른 기침과 함께 간신히 말을 이어가는 아버지께 활짝 웃어보였다. 내가 진심으로 웃는 것처럼 해야 믿어주실 것이다.
[그리고..선진 기술을 익히면 우리 대장간이 더 커질 기회가 생긴다고 하시면서 다른 대장간에 다녀오라고 하시는데...아버지..저 배우러 가고 싶어요]
나는 말을 더듬더듬하다가 결국 고개를 바닥에 닿게 숙였다. 눈에 눈물이 고여서 들고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면..가야지..다..너를..위한 일인데..대행수님께..인사를 대신 올려다오]
[제가 꽤 오래 집에 못 와서, 오월이가 저 대신 챙겨드릴 거예요. 무엇이든 원하시는게 생기시면 말씀만 하시면 되요]
방을 나와 부엌 한 켠에 앉아있자니, 새지가 말을 건다.
[도련님..울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가 가야하는 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나 없이 저렇게 계시다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혹시라도 내가 없는 동안에 병환이 깊어져 생을 마감하시기라도 하면 나는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한 불효자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해야할 것이다.
이런저런 불길한 생각들이 나를 두렵게 하고 오한이 일게 하지만..이렇게 마냥 앉아 있을 수도 없다는 생각에, 소매부리로 눈물을 훔치며 일어섰다. 대장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서 메질과 담금질을 더 연습해야 한다. 아직도 힘이 부족하고, 아직도 모양이 엉성하다. 한참 멀었다.
가면 잊지 말고 오월이에게 그동안 모은 돈을 건네주고 아버지를 다시 한번 부탁하자. 참, 아직 못 건네준 비녀도 이참에 주어야겠다. 그거면...오월이가 내 마음을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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