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야철신 

 

[먼저 망치질을 해라. 아까 내가 한 것처럼 불에 달군 후 꺼내되, 꺼내는 그 순간에 칼의 모양을 생각한 후 두드리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고 전체적인 형태만 머리 속에 두고 단순하게 두드려라]   


그의 손에서 넘겨 받은 쇠뭉치를 달구어 쇠판 위에 올렸다. 먼저 아까 그가 두드리던 모습과 아버지의 서적에서 본 칼의 모양을 생각하며 시작했다. 단순하게, 단순하게, 단순하게. 


[한 군데만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옆으로 움직여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힘으로 해야 한다. 망치가 닿을 때의 느낌을 몸이 기억해야한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무기 직공이 내가 연습해야할 부분을 알려주고 간지 한참된 것 같다. 새지가 다른 쇄 판 위에 잠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땀이 흘러 눈썹을 적신다. 눈을 감았다 뜨기도 고되다. 무엇보다 약한 팔로 계속 같은 힘을 유지하고 두드린다는 것이 고통스럽다. 팔과 다리의 감각이 무뎌진다.  

대장장이가 된다는 것이 자신과의 싸움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우습게 보았던 떡보도 쇠를 바라볼 때는 한 없이 진지해지는 모습이 이제야 그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낀다.

[도련님, 곧 날이 밝아 올거에요. 조금만이라도 눈을 부치셔야 또 하루를 움직이실 수 있으세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일체의 잡생각을 비우고 달구고 치는 일만 반복하고 있었다. 졸립다. 그냥 흙바닥에 누워버렸다. 깨워드릴테니 걱정 말라는 새지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눈이 감겼고 어느 순간 기억이 끊어졌다.
 

                                                       *

대장간의 한 쪽 구석에 돌로 줄을 그었다. 전쟁에 갈 날을 세기 위해서다. 줄이 많아진다는 것은 출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제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나 병사들은 모두 기민하게 행동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군에서 무기를 조달하려는 사람들이 대장간을 찾아오고, 어지간해서는 얼굴 보기 어렵던 대행수도 거의 매일 대장간에 나온다. 낫을 만들던 농기구 직공들도 이제는 무기류를 만든다. 나보다는 오래되었지만 크게 중요한 일을 하지 않던 떡보도 일을 할 만큼 지금은 손이 부족하다. 그 와중에 나는 한 쪽 구석에서 메질과 담금질을 연습하고 있다. 아무도 막내인 내가 그런 연습을 하는 것에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것은..내가 전쟁터에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떡보도 내가 불쌍한지 괴롭히지 않는다. [어이]나 [야]가 아닌 이름도 불러준다. 정말로 내가 전쟁터에 가는 것이 모두의 행동을 통해 매 순간 되살아나서 자꾸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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