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간 것 같다. 오늘따라 심부름이 많아서 쉴 사이없이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아버지께 잠깐 들린 후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와 뒷정리를 도와주었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어느새 어두운 밤이라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새지는 따뜻한 불가에 누워서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에 내가 주머니에서 누룽지를 꺼내 건네주니 좋아라 받아먹는다. 어쩜 저리 잘 먹는지 신기하다.  

[문 열어라]

갑자기 쾅쾅 문을 두드리며 흔드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얼른 달려가 문틈으로 살짝 보니 무기 직공이다.

[어인 일로 다시 오셨어요?]

[거 좀 앉아라]

반쯤 열린 문으로 들어온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나를 불렀다.

[메질과 담금질 하는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보거라] 

[예?]

[메질과 담금질이 뭔지 모르느냐?]

[알..아요..하지만 왜 갑자기..?]

[대행수가 전쟁터에 널 데리고 가라고 하셨다. 나와 함께 가서 내 밑에 있더라도 그곳은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니, 니가 살기 위해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오랑캐 놈들에게 잡혀가더라도 그래야 살 수 있다]

그의 억양없는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대행수의 결정이 고마우면서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기분. 어쩌면 보내지 말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기 직공은 내 기분을 모르는 듯 계속 말을 이었다.  

[너도 대장간의 일들을 대충은 알 것이다. 우리는 보통 2-3년 정도 심부름 등의 잡일을 하며 대장간의 분위기와 역할을 배우고, 칼을 갈고 낫을 치는 데 3년, 또 메질에 3년 등 10년은 넘어야 조금이나마 인정을 받고 직공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나 너는 당장 뭐라도 한 가지 기술이 있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 메질과 담금질이 어떤 것인지 보고 몸에 익히기라도 하여라. 어렵기는 하지만 너처럼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면 어설프게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바로 차비를 하라고 말하였다. 나는 쭈뼛쭈뻣 일어나 화로에 장작을 더 넣었다.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본 뒤에 담금질에 쓸 물을 가득히 통에 담았다. 

[메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쇠를 망치로 두드리는 것이요]

[그리고 담금질은?]

[물에 식히는 것입니다]

[쇠에 메질과 담금질을 한다는 말은 곧 모양을 잡고 길을 들인다는 뜻이다. 쇠는 메질과 담금질을 할 수록 단단해지는 법. 그러나 많이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뭐든 알맞게 하여야 한다. 그게 어려운 일이지]

그는 뒤 쪽에 만들다 두고 간 쇠뭉치을 꺼내 들었다. 화로의 불길 속에 찝개로 잡아 넣자 이내 불길 속에서 벌겋게 변하며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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