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우리는 잠시 동안 화로의 불을 바라보았다. 대장간 안은 불의 온기로 공기가 꽤 훈훈해져 기분이 좋아졌다.
 

[너는 가족이 있니?]

[요괴에게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럼 너를 낳아준 부모님은?]

[요괴는 인간과 다릅니다. 각각이 하나의 개체일뿐]

[친구도?]

[친구도요]

[하지만..나는 니가 친구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같이 넘겼으니까..]

[그것은 제가 팔색조이면서도 하등 쓸모가 없어서 도련님을 위험에 빠트린 것입니다. 이번 전쟁에서도 제가 제대로 못 지켜드릴 거라고 생각하면....]

새지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겁 많고 약한데다 마음도 여린 요괴라니..정말 요괴 세계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성격이다.

[약속을 해라. 전쟁터에 따라가지 않고 우리 아버지 옆에 있겠다고..]

[하지만..]

[아버지를 지켜줄 누군가가 있어야 안심하고 전쟁터에 갈 수 있고, 그래야 살아돌아오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을 것 같다] 

새지는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말이 없다.  

[약속하지 않으면 너를 사신들에게 보내버릴 것이다. 그럼 천년은 어둠 속에서 보내야 할 걸...]

새지는 잠시 나를 올려다보더니 끄덕인 후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천년을 어둠 속에서 혼자 보내는 것과, 전쟁터에 가는 것 중 무엇이 더 무섭고 고통스러울까. 인간과 요괴의 두려움은 그 차원이 다를테지만, 새지나 나나 겁이 많다는 것은 비슷하다.
 

*

다음날 새벽에 대장간 문을 열었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늘은 이 이상더 우울할 수 없는 색으로 덥혀 있다. 새지는 밤에 주머니에 들어간 이 후로 미동도 없다. 그 역시 기분이 별로인 것이 느껴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침 일찍 들에 나가기 전에 들르는 농부들을 위해 농기구를 내놓느라 몇 번을 왔다갔다 했다. 이마에 땀이 배이고, 몸이 더워 옷을 겉어올릴 정도로 움직이는데 무기 직공이 들어왔다. 바로 일을 시작하는 줄 알고 화로의 불을 바짝 올리는데도 그는 팔짱을 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쟁터에 가겠다고?] 

[네?..아...네] 

대행수에게 들었는지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가 뭔가 더 묻고 싶은지 입을 여는데 떡보와 다른 직공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지방을 넘어 들어왔다. 무기 직공은 그에 입을 다물고 일을 시작했다. 그는 무엇을 물어보려고 했던 것일까? 

[야..오늘만 나랑 불 당번 좀 바꾸자] 

떡보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속삭였다. 오후에 아버지에게 잠시 다녀올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그러마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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