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나는 화들짝 놀라 의자 모서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얼른 주머니 입구를 막았다. 그는 내 이상한 움직임을 못 본 것인지 계속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무기 직공과 떡보가 갈 것이다]

[하오면 저는 왜?]  

 

 

[그들이 없는 동안 너는 떡보의 일까지 다 해야 하니...걱정이 되는구나]

 

떡보는 풀무질도 하고, 메질과 담금질을 도와주고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대장장이다운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쟁에 가야만 한다. 그래야 살 가능성이 생긴다.  


[떡보의 일을 맡으면 당분간 집에는 갈 수가 없을 것이다. 부친의 병수발이 문제구나]

[아버지가 병환 중이신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대행수는 내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탁자에 놓여있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어르신, 저를...떡보 대신 전쟁터에 보내주십시오]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질 않아 더듬거렸다. 누가 죽을 것이 뻔한 전쟁에 스스로 가고 싶겠는가. 대행수는 눈썹을 찡끗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니가? 전쟁터에 가본 적도 없고 가야 도움도 안 되는 걸 알잖느냐]
 

[그래도 저는 꼭 가야만 합니다. 저를 보내주시지 않으시면 관에 가서 요청하겠습니다.] 


대행수는 찻잔을 돌리며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제가 갈 때까지 날을 세서라도 떡보의 일을 배우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익히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냐?]  

 

[네] 


이를 꽉 물고 대답을 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쯤 되니 새지도 잠잠해져 주머니 입구를 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부친은 어떻게 하고?]

 

[허락을 해주신다면 오월이에게 끼니 때만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생각을 좀 해볼 것이니 나가 보거라]
 

문을 닫고 나오는데 기분이 찹착하다. 만약에 죽는다면...생각하기도 싫지만 이것 또한 조만간 닥쳐올 현실 중 하나이므로 그 뒤의 일을 생각해두어야 한다.  

 

[도련님..진짜 가실 겁니까? 

 

 

[가야지..]
 

[가면 죽는뎁쇼]

 

[꼭...죽는 건 아니야. 어쩌면 살아 돌아올지도 몰라] 


[저는 무섭습니다요. 생각만해도..]  

 

 

[너희는 전쟁 같은 게 없나보구나]

 

[요괴들은 매일이 전쟁이죠.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싸워야 하니까요. 하지만..인간들처럼 돈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의미하게 살상하지는 않아요] 


[인간이..요괴보다도 못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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