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중벌이란 게 뭐야?]

[아마도..저는 몇 년 쯤 가두어 두고 도련님은 팔 다리 중에 하나를 내놓거나..] 

새지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벌이 무엇인지 대답하고는 고개를 꺾어버렸다. 극심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버린 것이다. 

우리가 속삭이는 동안 요괴들의 집단 행동은 땅을 울리며 그 수위가 높아졌다. 이에 주작은 그들을 향해 번개를 내리쳤다. 붉은 빛이 땅에 내리꽂히자 요괴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순식간에 주위가 정리되자 이 때다 싶어 가장 인간적이라고 들었던 현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제가 한 말씀 아뢰도 될지요?]

사지 중 뭔가를 잃는다는 건 대장간도 나갈 수 없고, 진짜 밥줄이 끊어진다는 의미이니, 엉망으로 얽힌 것 거래나 해보자 싶어서다. 호기심 때문인지 그가 특별히 거부하지 않는 듯해 보이자 슬슬 말을 풀어 나갔다.

[먼저, 저희를 단죄하시기 전에 도깨비들을 처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인간을 먹지 말라는 규칙을 거부하고 저를 먹고자 집안으로 쳐들어왔습니다. 제가 만약 그 때 깨어나지 않았으면 그들은 틀림없이 저를 조각내어 먹었을 것입니다. 이는 사신님들을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일입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 공정히 벌을 주신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슷한 일들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현무는 주작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눈빛 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한지 갑자기 공중에 떠있던 도깨비들이 쳐절하게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붉은 줄은 점점 빛을 내며 몸을 옥죄이는지 비명은 죽기 직전의 사람이 내는 듯 두려움과 아픔이 배여, 듣는 이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사람이든 요괴든 느낌은 비슷한지 바닥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요괴들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땀을 흘렸다. 나 또한 오줌이 찔끔하는 걸 느꼈다. 얼마간의 비명이 지속되다가 펑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사방으로 도깨비의 조각인듯한 끈적한 점액질의 무엇인가가 튀어 마침내 그들이 사멸되었음을 알았다. 현무는 그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사신이시여, 한 번 더 생각해봐 주실 수 있다면, 이 곳에서 사지를 찢으시거나 죽이시기 보다는 전쟁터에 내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전쟁터?]  

현무는 갑작스러운 말에 흥미가 생기는 듯 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신님들은 동명왕을 수호하시는 위대하신 분들이십니다. 이 나라는 동명왕의 은총으로 나라의 기틀을 잡았고 지금에 이르렀는데, 최근 북쪽의 오랑캐들 때문에 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바, 미천왕께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랑캐들과 조만간 전쟁을 벌일 것이라 하옵니다. 제가 오늘 벌을 받아야한다면 이렇게 의미없는 것 보다는 동명왕과 이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이 한 목숨 바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정녕 이 나라의 백성 됨이 아니겠사옵니까?]

두근두근 하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다. 꼭 쥔 두 손에서는 땀이 계속 흘러내린다. 요괴들도 사신들도 조용히 현무를 쳐다본다. 그는 과연 무엇이라 말할까? 나의 제안이 그럴 듯 하긴 한 걸까? 아니 인간이 얼마나 간사한지에 대해 호통을 치지는 않을까? 나는 살고 싶다. 병석의 아버지를 그냥 두고 먼저 갈 수는 없다. 오월이 손도 아직 못 잡아 봤는데 죽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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