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너는 인간이 아니냐? 그리고 네 손에 든 것은 팔색조인가?]

공중에서 소리가 내려온다. 고개를 들어보니 현무가 낸 목소리였다.

[감히 인간이?]
 

[팔색조가 왜 인간과 같이 있어?]

[먹으면 살살 녹는 다는 그거 말하는 거지?]

시끌시끌, 웅성웅성, 시전 판보다 더 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요괴들이 들썩이며 말소리를 높인다.

[조용!]

현무가 일갈을 하자 아까처럼 고요해졌다. 나와 새지는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그대로 서 있었다.

[도련님, 이제 어쩌죠?]

[나도 몰라.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일이긴 마찮가지야]

도움은 안 되지만 그래도 새지가 기절하지 않고 깨어 있는 게 낫다고 본다. 의논할 요괴도 없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면 정말 미쳐버릴 것이다.

[너는 왜 여기에 왔느냐?]

[그게..도깨비들에게 쫓겨서..요]

[도깨비? 그 놈들이 왜 널?] 

[몇년 전에 제가 마마를 앓면서 누워있을 때 저를 잡아먹겠다며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실패했습니다. 그에 오늘 우리를 발견하고는 꼭 먹어주겠다고 따라오니..피해서 도망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대답이 잘 한 건지는 모르지만, 주작이 갑자기 붉은 기운을 펑펑 내보내며 화를 냈다.

[절대로 인간은 먹지 말라고 했거늘! 이놈들이..]

지난번에 걸리면 큰일 난다고 했던 게 이건 가 보다. 마른 침을 삼키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주작이 던진 붉은 줄에 뒤에 있던 도깨비들이 묶여 공중에 떠올랐다. 그들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자 요괴들이 부르르 떠는 게 보였다. 

[이런 소동을 일으켜 일 년에 한 번 뿐인 회합을 망치고 축제를 중단 시켰으니 인간도 죽이셔야 합니다]

[죽여라! 죽여라!] 

어둠 속에서 한 발짝 나온 요괴 하나가 외치자 다른 놈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새지처럼 조른다.  

[우리의 회합을 망친 것은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인간과 같이 다니는 팔색조 역시 똑같이 처리할 것이다]

백호의 결론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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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이루다 2009-11-2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재미있어져요! 백호는 엄격한 성격인가 보네요.

최현진 2009-11-23 13:45   좋아요 0 | URL
백호나 주작은 성격이 급하고 강합니다. 요괴로서의 마음이 더 크죠. 반면 현무나 청룡은 인간을 많이 생각합니다.

happy 2009-11-2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