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야철신
둘 중에 좀 더 우락부락하게 생긴 도깨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새지를 부여잡고 앞으로 돌진했다. 어차피 잘 안 보이기는 어느 방향이나 마찬가지고 도깨비가 휘든 방망이가 바람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데 잘 달리든, 못 달리든 뛰어야 살아도 살 것이 아닌가!
[도련님~이게 뭔 일이래요?]
[도깨비들이야. 이제 어디로 가지?]
무작정 앞으로만 달리다 보니 울창한 숲이다. 길이 없다. 새지도 생각이 안 나는지 잠시 대꾸가 없다가 변신을 하겠다고 중얼거린다.
[절대로 변신하지 마]
[하지만~]
[절,대,로,안,되!]
마지못해 대답하는 새지를 고쳐 잡고 비스듬히 앞 쪽으로 보이는 숲속 틈으로 파고들었다. 얼굴에 마구 부딪히는 가지들을 걷어가며 달리자니 자꾸 느려진다. 새지가 아야..하며 소리를 지르니 도깨비들에게 여기 있소, 빨리 오시오다.
[소리 좀 내지마, 정말 죽고 싶어?]
[너무 아프다고요]
소리를 없애 보려고 한 손으로는 새지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지를 치우느라 정작 나는 계속 생채기가 났다. 왼쪽 뺨에는 피도 흐르는 것 같았다.
[도련님~피가 나요]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지금은 닦을 수도 없어]
정신없이 도망 가다가 발을 헛디디면서 비탈길로 굴러떨어졌다. 등과 다리가 흙바닥과 바위에 부딛혀 고통이 밀려오는데도 비탈길이 계속되는 바람에 멈추지 않고 오히려 속도가 붙었다.
새지가 계속 뭐라고 말을 하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도깨비들의 외침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다. 마침내 비탈길이 끝나 한숨을 돌릴 때 였다.
[도.련.님!]
겁먹은 목소리에 아픈 목을 주무르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넓은 광장에 들어가 있었다. 숲은 다 사라지고 평평한 광장이었다. 여기는..아까 우리가 구경하던 사신들의 회합장이었다.
주변에 정적이 흐른다. 하늘에는 현무와 주작이 떠있고, 광장 왼 편에는 백호와 청룡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 쪽에는 정말 놀라울 만큼 엄청난 수의 요괴들이 앉아 있다. 모두가 당황했는지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질 못한다. 나도 이번만은 도저히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