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시합이 시작됐어요. 청룡이 번개를 때렸네요]

새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나를 위해 설명한다. 흥분했는지 공중에 붕 떠서 쳐다보며 호기롭게 말한다. 청룡이 백호를 향해 번개를 보내자, 백호는 힘차게 도약을 하며 피했다. 한 동안 둘은 서로를 쫓으며 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버리려는 것처럼 큰 소리를 냈다. 그러다 갑자기 뒤로 돌아 거꾸로 반바퀴를 움직인 백호가 청룡의 목을 물었다. 청룡이 하늘을 휘저으며 백호를 떼어내고자 몸부림을 치지만 소용 없었다.

[백호 이빨이 제 것이랑 비슷해서 확실하게 물면 절대 안 놔요. 심지어는 본인이 죽을 때까지도 붙잡고 있을거고들 하더라고요]

그리고 보니 새지가 천주의 다리를 물었을 때 천주가 아무리 노력해도 떨어지질 않았다. 이 녀석도 요괴는 요괴구나 싶다.

[아무래도 청룡이 진 것 같아요. 저렇게 쉽게 목을 보이다니..늙었나?]

새지는 내게 말한 다기 보다는 혼자 중얼거리듯이 끝을 맺고는 곧 주작과 현무를 기다렸다.

[현무는 비록 거북이지만 진짜 까다로운 상대예요. 뱀을 감고 있다가 여차하면 날리는데다가 등 껍데기에 맞으면 살이 다 파여요. 아마도 넷 중에 가장 위일 수도 있죠]

주작과 현무가 공중에 떠오르는 것이 보여 고개를 드는데, 뒤에서 소곤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냄새가 난다. 아는 냄새야]

[어디?]

[우리 앞쪽]

설마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몇 년 전 돌림병으로 자리 보존할 때 나를 먹어치우겠다고 머리맡에서 의논하던, 꿈에도 못 잊던 도깨비 두 마리가 보였다. 어쩌다가 그들이 요괴도 피한다는 냄새나는 천민 부락에 왔는지 모르지만, 분명한건 이대로 있다가는 붙잡힐 거라는 사실이다. 이번에 잡히면 진짜 쇠고기 신세가 된다.

[어디 보자~이 냄새는...살아나서 못 먹었던 그 인간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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