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야철신
[회합? 의논할 게 뭐 있다고..]
[그게 말이 회합이지, 사실 누가 제일 센지 가리는 것입니다. 서로 자존심들이 워낙 세서요. 얼마나 장관인지, 여기서 뻔쩍, 저기서 뻔쩍, 번개가 으르렁 거리고 캬~. 이런 장관을 놓치면 섭섭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우린 보통 그 모습을 보려고 꼭 모여들죠]
[아~그래서 화소이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오늘 따라 요괴들이 너무 많은 것도, 화소이들이 야단법석이었던 것도 다 그것 때문이었다. 그렇게나 재미있나? 씨름이나 택견 대회랑 비슷할까? 아니 3월 3일 날의 사냥 대회 같으려나? 우리나라의 최고 축제는 이 사냥 대회다. 기마 민족이라 워낙 말들을 잘 타지만 이 날 벌어지는 행사는 진짜 규모가 크다. 최고로 활을 잘 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주몽]이라는 칭호를 얻은 동명왕처럼,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실력이 쟁쟁한 무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도망가는 사슴을 쫒아 몸을 뒤로 젖힌 채 활을 쏘는 장면은 정말 앞 권이다. 맥궁과 명적이 있어서 이런 자세도 가능하고, 동물을 잡았을 때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왜 맥궁과 명적을 잘 아냐면 아버지의 서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다.
[맥궁이랑 명적이 뭔데요? 먹는 건가요?]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새지가 주머니에서 얼굴을 쏙 내밀며 물어본다. 눈이 빤짝이는 게 먹을 거라면 한 입 달라고 하려는 것 같다.
[맥궁은 짧으면서도 탄력이 매우 좋아서 멀리까지 화살을 날릴 수 있는 활이야. 특히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달리는 말 위에서 몸을 뒤로 확 져친 상태로 쏠 수 있어. 그리고 명적은 화살촉 앞에 동그란 구슬이 달려서 소리를 내는 화살이다 보니까 동물들이 기절해서 쓰러지는 이점이 있고, 전투할 때는 신호용으로도 쓰이지]
[그런 거 우리는 필요 없는데..]
[넌 그런 걸 줘도 얻어맞고 있을 테니 필요가 없는 건 맞네]
[도,련,님!]
큰 소리를 내는 걸 보니 자존심이 상하나 보다. 사실 새지나 나나 싸움은 영 못하다보니 능력 좋다는 팔색조면 뭐하고, 무관 출신인 부친을 두면 뭐하겠냐 싶다. 타고나기를 이런 것을..어쩌면 그래서 새지를 내치나 못하나 보다.
[우리 구경 가요, 도련님]
[구경?]
내가 잘 차비를 하느라 씻을 때도, 뒷간에 어기적거리며 갈 동안에도 새지는 포기하지 않고 졸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