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진짜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라고 의심을 하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낼 모래가 봄이라 살얼음마저도 거의 녹아가고는 있다지만 물에 닿는 순간에는 끔찍하게 차갑다. 발끝부터 얼어붙는 느낌이라니...
 

[머리도 넣으세요! 목까지만 들어가 계시면 어떡하실려고요! 목 없이 살고 싶으세요?]

화소이들이 머뭇거리는 걸 보고는 목까지만 담근 채로 눈치를 보는 중이다. 새머리는 물속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창이 보이는데, 도망쳐 오는 동안에 잊고 있었다. 화소이들이 머리를 쓰기로 했는지 나무를 넘어트리려고 하는 게 보인다. 이러다가는 정말 목 없는 귀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머리마저 넣자니 귀에도 물이, 눈에도 물이 차면서 받을 그 고통이 상상이 되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머리는 재촉하지, 화소이들은 나무를 무너뜨려 물 위에 둥둥 띄웠지.. 이젠 정말 뭐든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이거나 받아라!]

 창이라도 던지고 물속에 들어가려고 물 위에 둥둥 뜬 나무 위로 올라선 화소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창을 날렸다. 젖 먹던 힘을 다했으니 잘 날아갔다. 분명 날아는 갔는데..내 예상대로 화소이들을 꼬치구이처럼 꽤 뚫은 게 아니라, 나무에 꽂혔다. 화소이들의 낄낄대는 웃음소리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물속에 들어가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무를 밀고 다가온 화소이가 내 머리칼을 잡고 끌어당긴다. 잠수를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쇠 같은 힘에 질질 끌려 나무 위쪽으로 상반신이 걸쳐졌다. 두 손으로 그 화소이를 잡자 두 번째로 서 있던 놈이 창을 뽑아 내 머리 위에서 내리쳤다.

[펑~]

갑자기 물속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얀빛이 가득 떠오른다. 옆으로 터져나가는 물보라를 머리에 덮어쓰며 눈을 껌벅이는데 같이 물벼락을 맞은 화소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도망가자]
[도망가자]

고통스러운 소리들과 함께 화소이들이 사라졌다.

새머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놀랍게도 새머리가 아니라 팔색조였다. 깃털 하나하나 마다 아름답고 영롱한 빛이 나타난다. 팔천 가지의 색? 팔색조의 주변에는 하얀빛이 둥둥 떠 있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늘어진 걸 보니 기절한 듯싶다. 곧이어 물에 풍덩 빠진다.

나는 얼른 건져내어 물속에서 빠져나왔다. 풀밭에 눞혀놓고 바라보니 녀석 참 한심하다. 아름답다는 거 말고는 뭐에 쓸 것인가.

[콜록 콜록...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굉장히 약하다고요]

언제 깼는지 팔색조가 된 새머리가 마른기침을 하며 대꾸한다. 

[변신 과정이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요]
[어이구..말이나 못하면..]
[그래도 고통을 참고 변신한 제 덕분에 사셨잖아요, 그렇죠?]

입은 문제가 없는지 잘도 지껄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늘만 쳐다보자 어느새 다시 작은 새머리로 돌아왔다.

[너..계속 팔색조로는 못 있는 거냐?]
[아파서요. 자근자근 온몸이 다 아프니 오래는 못 버텨요]
[다른 팔색조들도 그러니?]
[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게 대답이었다. 확실히 이 녀석은 문제가 있다. 예전에 얼핏 듣기로 팔색조는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요괴라고 했었다. 주작에 맞먹을 정도라던데..

[배가 고파요, 도련님~밥 좀 주세요]

어느새 주머니 속에 기어들어가 자리를 잡으며 당당히 요구한다. 정말 이놈은 의탁이란 걸 할 모양인가 보다.

[참..제 이름은 새지에요. 이제 한 식군데 바르게 불러주셔야지요!]

게다가 넉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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