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야철신(7)
[도련님~도련님~]
주머니 속의 새머리가 꾸물거리며 부르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바삐 움직인다. 말이 많고 눈치 없는 요괴를 상대하는 건 질색이다. 좀 있다 대장간 문 닫으면 얼른 보내버려야겠다. 의탁이라니..요괴가 인간에게 어떻게 의탁을..내 참...
[여기 좀 보셔요~]
새머리는 기어코 얼굴을 밖으로 내밀며 말한다. 어차피 나 밖에는 못 들으니 모른 척 했다.
[가자~가자~]
[가자~가자~]
화소이들이 불 밖으로 나오는지, 메아리가 들린다. 난리를 치던 새머리의 움직임이 조용해져서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주머니 밖으로 머리를 내민 새머리와 화소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맛있는 냄새다~]
[먹자~]
[먹자~]
정말 이 녀석이 맛있나보다. 천주도 화소이들도 같은 말을 한다.
[제가 할 말이 이거였다구요. 도련님이 안 들어주셔서 이렇게 된 거예요]
새머리가 주머니 속으로 숨으며 내 탓을 하는 동안, 화소이들은 대장간을 가로질러 펄쩍 뛰었다. 새머리의 냄새에 취해버린 것처럼 눈들이 빨갛다.
[뒷간 좀 다녀올게요~]
화소이들을 피해 기둥 뒤로 숨다가 허락도 받지 않고 잽싸게 밖으로 튀어나갔다. 병사에게 주려던 창은 건네주지 못한 채 들고 나왔다. 돌아가면 떡보에게 야단나게 생겼는데, 그러기 전에 화소이들에게 먼저 죽겠다.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새머리는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한지 이 와중에도 소리를 지른다.
[은혜 갚겠다던 놈이 뭐하는 거야?]
[전 은혜 갚겠다고 한 게 아니라, 의탁하겠다는 거였어요]
[이런 식의 의탁은 민폐라고! 그리고 언제 내가 의탁해도 된다고 했어!]
뒷간을 지나 풀숲으로 도망 가면서 서로를 비난했다. 바람을 가르며 풀들을 헤치는 와중에 뒤를 슬쩍 보니 화소이들이 지척에 있었다. 요괴들이 머리가 좋아서 양동 작전이라도 펼치면 별 수가 없겠다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다. 갑자기 길이 뚝 끊어지면서 저수지가 나타났다.
[물로 뛰어드세요!]
[이 겨울에? 얼어 죽을 일 있어?]
[저 놈들은 불의 성질이라 물 속 까지는 못 따라오니까 그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