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야철신(6)
[천주가 왜 널 먹으려고 했니?]
[제가..맛있습니다. 항간에는 소문이 천상의 맛이라고 나서..다들 저를 먹으려고 하지요. 조금만 더 튼튼했으면 저도 버림받지는 않았을 것을...부덕의 소치입니다]
[너..버림받았어?]
새머리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밥그릇을 치우고 일을 다시 시작하러 대장간으로 가는 동안에 주머니 속에서 신세타령을 하다가 어느순간 자랑으로 바꼈다.
[원래는 다 자라면 미모가 요괴 순위 1위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지금이야 안 믿어지시겠지만 팔색조라고 하면 아마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아..모르시는구나. 팔색조가 뭐냐 하면~]
새머리는 갑자기 타령조로 말을 하더니 제 멋에 겨워 들썩거리기까지 한다. 남들이 보면 주머니가 혼자 꿈틀거리는 걸로 보일 것 같아 손으로 눌렀다.
[아얏! 도련님, 제발 힘 좀 줄이세요. 저는 연약한 몸, 살짝만 치셔도 죽습니다]
[말머리가 때려도 안 죽던 놈이 무슨...]
[도련님이랑 천주가 같나요!]
[뭐?]
새머리의 말에 신경을 쓰기에는 대장간이 매우 바쁘다. 특히 오후가 되면 무뎌진 날을 갈러오는 농부서부터 창을 고쳐달라는 병사까지 몰려오기 때문에, 주문을 적고 직공들에게 재료를 전달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다.
[곧 전쟁이 날거 같다고 하던데..소식 들었어?]
[국경 쪽은 흉흉하다고 하드만...설마 여기까지 문제가 생길까..]
[그런 거는 우리 같은 무지랭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싸우러 가야하잖아. 애꿎게 죽는 건 싫다고, 애들도 아직 어린데..]
낫을 숫돌에 갈고 있는 직공과 그 옆에 선 손님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라 안팎의 불길한 분위기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았다. 얼마 전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오랑캐 놈들이 쳐들어오려고 한다느니, 우리가 먼저 칠거라느니 등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노상 전쟁이 있는 나라라서 딱히 겁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되면 군영에 간이 대장간이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 같은 대장장이들은 그곳에 가서 병기를 만들고 수리해야 한다. 백제나 신라에 비하면 우리의 기술이 워낙 뛰어나 전쟁이 벌어지면 꼭 오랑캐 놈들은 산채로 우리를 잡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목숨은 부지하는 편이지만 남의 나라에 노예로 가는 것이니 다시는 못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