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신감 - AI와 코로나19에 녹다운된 나약한 우리를 위한 비장의 무기
임채엽 지음 / 라온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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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인간의 삶에 공존한다. 세상을 살아 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수 많은 상황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두려움과 같이 우리의 두려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마음 속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

저자는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인공지능과 로봇에도 지지 않는 꿋꿋한 인간 본연의 힘을

'초자신감'이라고 말한다. 두려움은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있는 능력도 사라지게 하는 암흑의 힘을

가진것과 달리, 초자신감은 능력을 확장시키고 여유를 주어 시야를 넓게 하는 동시에 창의적 활동을

생산해내고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 두려움이 엄습했을때, 자신감이 필요할 때, 당황하지 말고

두려움을 직시하고 적응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작가의 웅변대회가 그랬고, 슈퍼맨의 옷 갈아 입을

시간이 그렇고, 나의 첫 강의도 그랬다. 그 잠간의 시간이 두려움에 대한 생각을 지우게도 하고,

조금은 당당해지게도 하며, 때론 없던 힘도 생기게 하는 여유의 시간이다. 길지 않아도 된다. 숨 한번

고를 시간 정도면(이 정도의 시간은 어느 자리에서나 통용된다) 두려움을 어느정도 이겨낸 자신을

만나게 된다.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앞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바닥에 가라앉고 맑은 물이 남게

되는 것 처럼 '약간의 시간'은 조커와도 같다.

​

내가 잘 쓰는 말이 있다. '하루를 살아도 죽을것 처럼 살아라'. 이 책에서 비슷한 말을 하나 만났다.

'하루라도 불꽃같이 살아보자'.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당연한 말이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그 욕구는 누구나 같다. 하지만 편안함은 누리면 누릴수록

'조금만 더'가 된다. 그리고 그 '조금만 더'가 결국 게으름을 나태를 무기력함을 만든다. 편안함은

편안함으로 끝난다. 미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삶에 대한 열정적인 자세는 뜻하지

않은 기회를 가져다 준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모습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도전후의 성취의 쾌감은 모 프로그램 엔딩 멘트인 '먹어 본 자가

맛을 안다' 처럼 경험해 본 이 만의 전리품이다.

​

최고의 퍼포먼스는 각성 상태에서 나온다. 약간의 긴장은 사람을 각성시켜 생각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두려움에 자주 대면하여 두려움의 면역력을 생성시키고 두려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역사학자 토인비(A. Toynbee)가 즐겨 하던 '청어 이야기'가

그렇다. 북쪽 먼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런던까지 가져오는 방법으로 청어를 잡아 먹는 메기를 같이

넣어 두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이야긴데 청어 몇마리는 메기의 먹이가 되겠지만 메기를 피해 도망

다닌 많은 청어는 싱싱한 상태로 런던까지 오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약간의 긴장감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가능케하는 무기가 된다.

​

초자신감은 결국 변화하는 능력이다. 변화는 생활의 활기와 신신함을 가져온다. 낯섦에 적응하고

변화를 즐기면 두려움은 설렘으로 바뀐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처럼 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이다. 가다가 아니면 계획을 수정해서 바꾸면 된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좌절하기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삶이 너무 길다.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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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카드 1 ㅣ 와일드카드 1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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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역사가 깊다. 무려 1987년부터 이어져 오는 SF 시리즈 물이다. 깊은 역사 만큼이나

작가도 43명이나 되는데 시작은 여타 SF 물에 비해 단순하다.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 폭탄이 뉴욕

상공에서 터지고 난 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작가들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각각의 스토리를

채워간다. 여기에 '얼음과 불의 노래'(후에 '왕좌의 게임'으로 제작되었다)로 '미국의 콜킨'이라는

명성까지 거머쥔 조지 R.R. 마틴이 이 작품의 대표 편집자겸 작가이다. 여러 작가가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을 이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 이 책은 2021년 현재 28권까지 발간된 진행형이다.

​

SF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여지없이 이 책에도 이능자들이 등장한다. 1권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는 크로이드(로저 잴라즈니의 슬리퍼에 등장) 수면 후 갑자기 능력이 생기고 이 능력으로 은행을

털기도 한다. 잠이 들 때 마다 다른 능력이 발휘되는 그는 에이스와 조커를 오가며 변화무쌍한 변이를

펼친다. 때로는 형편 없는 이능자가 되었다가 때로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에이스가 되는 그의 삶은

흥미롭다. 투명인간, 염력의 소유자(갑자기 '나에게 염력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려는 모든 사람을 집으로

돌려 보내고 싶다'는 댓글로 유명한 망작 '염력'이 생각났다), 남의 생각을 조절하고, 순간이동을 하며

하늘을 날며 놀라운 파괴력을 가진(이쯤되면 '엑스 맨'이다)이들의 비참한 삶(총알받이가 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모든것을 숨긴채 숨어 산다)이 그대로 그려지며 여기에 정치적 음모와 권모술수들이

이능자들을 점점 나락으로 빠트린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권선징악은 진리다.

​

와일드 카드 데이. 90%사망, 9%의 조커, 1%의 에이스.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나는 ..... 모르겠다. 이능자가 되어 세상을 누려 볼 생각도 있지만

그러기엔 주어질 권력이 너무 거대하다. 돌연변이체로 이능자의 수족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현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흥미가 없다. 그럼 남는것은 '사망'뿐이다. 차라리 이꼴저꼴 안보고

죽는 것이 가장 속편한 일일것 같은데 이마저도 뭔가 아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작품에 녹여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스티븐 리의 에서 숨죽이며 숨어지내던 조커들이 거리로 나서는 모습이 등장한다. '6월 항쟁'이 생각났다.

그때 군부에 의해 참묵했던 많은 이들이 분연히 일어났고 거리로 나왔다. 탄압과 핍박 속에서 인권마저

유린 당한채 숨어지내던 그들이 거리와 나와 세상의 권력과 마주한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에이스들을 탄압하고 조커들을 무자비하게 몰아가는 이들, 그들의 탄압에 맞서 결국 거리로 나서게

되는 이들, 현실과 너무 닮아 있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와일드카드'라는 작품을 지금까지 끌고 온

동력이 아닐까 싶다.

​

대부분의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그러면서 '더 높은 그곳'을 갈망하고 기대한다. 그러나

결국 그 자리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신분이나 능력등이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되고 우리는 그 안에 그대로

갖혀산다. 변형된 유전자를 지닌 에이스와 조커들 처럼. 한번 정도는 모든 욕망을 현실로 구현하는

'서큐버스'가 되어 보고 싶다는 야릇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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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ㅣ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5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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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 중 밀은 6.0%,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은 3.1% 감소할것이라는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 과학원 회보'(2017)의 예측은 정확했고

전 세계는 지금 온도 상승으로 인한 경작 한계선 파괴를 경험하고 있다.

​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 할 중대한 도전이고 우리는 그 도전 앞에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인류가 식량 위기에 빠지는 두 가지 경로를 조선의 '경신 대기근'과

중세 유럽의 14세기 말의 대기근과 17세기의 소빙하기를 예로 이야기 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하나는 지구 차원의 거시적인 기후 변화로 일어나는 식량문제로 이러한 전 지구적인 수준의

문제는 완전히 막거나 피하기 어렵다. 다만 변화된 환경에 인류의 농업 기술이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가 해결의 관건이다. 또 하나는 인류가 구축한 사회 시스템에 의해 일어나는 위기를

지적한다. 경제나 산업, 사회 시스템의 한계로 일어나는 기근 사태는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 할 수 있다. 인류는 이 두 가지의 위기에 언제나 위협 받고 있고 지금 역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

농업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노동력과 자원을 투입해서 식량을 생산해 내는 경제 활동이 농업이다.

수렵에 비해 투입된 노동 대비 생선성은 좋지만 종자, 물, 비료와 같은 자원을 대량으로 소모한다.

즉 산출하는 식량에 상응하는 자원소모가 없다면 유지 할 수 없는 방식이기에 팔요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면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지 못한다. 이는 문명이 번영하고 경제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자원을 소진하느 속도가 빨라져서 문명 자체가 한계에 이르거나 쇠락할 수 있다.

토머스 멜서스(Thomas Malthus)는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 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멜서스 트랩(Malthus Trap)을 말하며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구가

증가하고, 늘어난 인구를 더 이상 부양하지 못하여 대기근이나 전쟁 같은 재앙이 발생해서 다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가 증가하기

전에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인류는 비약적인 농업 기술의 발전과 품종

개량등을 통해 전 세계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며 인류를

100여년을 넘게 위협하던 멜서스 트랩을 완전히 깨버렸다.

​

생태계가 안정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다양성에 있다.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

남는 종이 있기에 전체종이 소멸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혹시 한 종이 사라지더라도 이내

다른 종이 빈 자리를 채운다.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기후 변화가 삼해지면 작물을 변화된 기후에

적합한 품종으로 바꾸면 된다.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거나 빙하가 갑자기 발달하는 것처럼 경작

가능한 땅 자체가 줄어드는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현대의 농업시스템은 어느 정도 기후 변화이

탄력적으로 대처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밀농업이란 환경을 최대한 세세하게 통제하여 작물의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농법이다. 아주 좁은 영역 단위, 심지어는 개체 단위로 농지를 관리하여 최적의 환경을 조절하는

한편, 비료나 물, 열, 농약과 같이 작물이 생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철저하게 관리하여 낭비를

줄이며 토양이나 하천으로 유실되는 여분의 비료나 농약도 줄어들기에 친환경적이다. '절약'은

'스마트'의 키워드다. 단순히 아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작물이 나올 수 있는 '골디락스'

(goldilocks)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

농촌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이제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농업보다는 꼭 필요한 작물을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스마트한 농업이 더 주목 받는 선진형 농업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식량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이 변화의 새로운 모습은 식량 위기를 대비하는 과정이자 지구와 환경에 대한 현대 인류의

책임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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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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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니라 굳이 '심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책을 직접 읽어 보고 헤아려 보라는

옮긴이의 말은 적절하다. 여기서는 머리가 아니라 오히려 심장이 맞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의 시구 '아, 자네 심장을 치게 천재성은 거기 있으니'에서

따왔는데 우리말 어감으로는 '가슴'이 더 어울릴것 같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은 뭔가 좀

부족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적절하다. 심장이 비록 인체의 장기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마음이나 사랑, 본능을 상징하기도 하기에 '심장'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이 시구는 디안이

심장내과를 지원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두 여자들 사이의 일그러진 관계와 연민, 고통, 사랑, 질투와 멸시, 그로인한 파멸이

들어있고 두명의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 출산과 함께 자신을 향하던 시선을 빼앗겨 버렸고 자신의

청춘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딸 디안에게 질투를 느끼는 엄마 마리, 자신만큼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못한 딸 마리엘을 경멸하고 학대하는 엄마 올리비아(올리비아는 디안에게 지어 주려던 이름이었다).

이 두 엄마를 경험하는 디안. 뭔가 기형적이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요즘 보도되는

사회 문제들을 생각하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부모 이야기는 이미 우리 안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책의

제목처럼 내 심장이 콕콕 쑤셔졌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여기서 준다는 것은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주는 것이다. 어떠한

대가나 필요에 의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도 설명도 필요없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너무 다르다. 철저히 계산적이고 이해가 얽혀있다. 그러다 보니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이 준 것이 늘 많아 보여 손해를 보는듯 하다. 부족과 과잉은 여기에서

나온다. 부족하다 여기기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넘쳐 결국 과잉이 되는 것이다. 과잉은

질식을 부른다. 질식은 그 곳을 벗어나야 해결이 되고 부족은 채워져야 완성된다. 마치 디안의 동생

셀리아와 올리비아의 딸 마리엘 처럼 말이다.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기억되는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 특유의 기발한 시선과 예리한 문장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진가를 발휘한다. 모녀와 사제 지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아이러니와 긴장으로

풀어나가되 그 문장은 간결하다. 그 간결함은 더욱 더 강렬한 의식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도 그랬는데 이 책 역시 디안의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넌 네 집에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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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슬기로운 와인생활 - 외국 술이지만 우리 술처럼 편안하게
이지선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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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워진 등심 한점에 카베르네 소비뇽 한 모금은 환상이다. 모 먹방 프로의 앤딩 멘트인

'먹어 본 자가 맛을 안다'와 같이 이것도 먹어 본 사람만 안다. 와인은 격식 있는 자리,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주로 마셨다는 기억이 있을 정도로 흔하지 않던 대학 시절, 독일어

원전을 강의 하시던 교수님댁에서 처음 접해 본 와인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막걸리와

소주가 주종이었고, 간혹 과외비를 받은 날 먹던 맥주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프랑스 와인은 '천상의 맛'이었고 그 이후 우리는 뻔질나게 교수님 댁을 들락거렸다.

​

와인은 많이 마셔봐야 알 수 있다. 가성비가 좋으면서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만나는 것은 행운에

가까울 정도로 와인은 가격도 맛도 다양하다. 심지어 동일한 이름을 가진 와인 임에도 숙성도와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처음 와인을 접했을 때 겪었던 그 당황스러움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호기롭게 찾아간 마트(당시에는 꽤 컸다)에 달랑 두 종류의 와인만이 놓여 있고 심지어 먼지도

쌓여 있었다. '혹시 다른 와인은 더 없나요'라는 물음에 나를 이상한 놈 보듯이 바라 보던 직원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난다. 그랬던 시절을 지나 세금을 물고서라도 와인을 먹었던 시절, 수입은

되었으나 관세가 너무 많아 가격이 부풀려졌던 시절, 지금은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어 많이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만날 수 있고 달랑 두 종류의 와인만 진열되어 있던 마트는 와인 부스를

따로 둘 정도로 와인 인구가 확산되었다.

​

좋은 와인이란 마셨을 때 단순히 '맛있다'가 떠오르는 와인이다. 산도나 알코올 등의 특정한 맛이

튀지않고 밸런스가 좋기 때문이다. 높은 산도의 소비뇽 블랑이 맛있게 느껴진다면 이는 당도,

바디감, 알코올, 구조감등 다양한 요소가 산도를 받쳐 줄 만큼 잘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좋은

와인은 마시고 난 후 길게 여운(finish)을 남긴다. 페트릭 파렐은 '좋은 와인은 빈틈이 없다.

균형감이 있고 품종이나 장소에 충실하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 향기로운 와인의

삼합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를 깨닫게 해준다.

​

한때 커피 감별사(Cupper 혹은 Q-Grader)와 소믈리에(Sommelier)에 매력을 느꼈던 때가 있다.

지금처럼 커피와 와인의 저변이 넓지 않던 터라 둘다 국내에서는 마땅한 자격증도 관련 기관도

없던 시절, 유일한 지식 습득 통로는 외국 대사관이었고 나 역시 그곳 문화원에 등록을 해 놓고

온갖 행사에 참여하며 기웃거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들었던 소리가 'MW만 있으면 국내에서

큰 소리 칠 수 있다'였는데 이 책에서 그 단어들을 만났다. MW는 'Master of Wine'의 약자로

와인 관련 자격 중 최상위에 해당하고 MW 자격 자체가 최고의 와인 전문가임을 증명해 준다.

영국 런던에 있는 IMW(Institute of Master of Wine)에서 수여하는 자격증으로 일주일에 걸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진행되며 전 세계적으로 28개국, 354명 밖에 안되며 2016년 기준으로

아시아 권에서는 홍콩 2명, 일본 1명, 싱가폴 2명이 전부다.(지니 조 리는 국적이 미국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MW들의 멘토라 불리는 페트릭 파렐(Patrick Farrell), 아시아 최초의 MW인 지니 조 리(Jeannie

Cho Lee) 등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전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다.

​

이 책은 훌륭한 '와인 교과서'이다. 거의 와인의 처음부터 끝을 기록하고 있어 와인을 좋아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시작을 함께해도 좋을 그런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서재의

책 꽂이가 아닌 책상에 놓아 두었다. 지금까지 참 많은 종류의 와인을 마셔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도 마시는 와인은 'Chateau Haut Brion'과 'Montes alpha 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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