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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머리가 아니라 굳이 '심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책을 직접 읽어 보고 헤아려 보라는
옮긴이의 말은 적절하다. 여기서는 머리가 아니라 오히려 심장이 맞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의 시구 '아, 자네 심장을 치게 천재성은 거기 있으니'에서
따왔는데 우리말 어감으로는 '가슴'이 더 어울릴것 같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은 뭔가 좀
부족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적절하다. 심장이 비록 인체의 장기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마음이나 사랑, 본능을 상징하기도 하기에 '심장'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이 시구는 디안이
심장내과를 지원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두 여자들 사이의 일그러진 관계와 연민, 고통, 사랑, 질투와 멸시, 그로인한 파멸이
들어있고 두명의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 출산과 함께 자신을 향하던 시선을 빼앗겨 버렸고 자신의
청춘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딸 디안에게 질투를 느끼는 엄마 마리, 자신만큼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못한 딸 마리엘을 경멸하고 학대하는 엄마 올리비아(올리비아는 디안에게 지어 주려던 이름이었다).
이 두 엄마를 경험하는 디안. 뭔가 기형적이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요즘 보도되는
사회 문제들을 생각하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부모 이야기는 이미 우리 안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책의
제목처럼 내 심장이 콕콕 쑤셔졌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여기서 준다는 것은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주는 것이다. 어떠한
대가나 필요에 의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도 설명도 필요없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너무 다르다. 철저히 계산적이고 이해가 얽혀있다. 그러다 보니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이 준 것이 늘 많아 보여 손해를 보는듯 하다. 부족과 과잉은 여기에서
나온다. 부족하다 여기기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넘쳐 결국 과잉이 되는 것이다. 과잉은
질식을 부른다. 질식은 그 곳을 벗어나야 해결이 되고 부족은 채워져야 완성된다. 마치 디안의 동생
셀리아와 올리비아의 딸 마리엘 처럼 말이다.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기억되는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 특유의 기발한 시선과 예리한 문장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진가를 발휘한다. 모녀와 사제 지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아이러니와 긴장으로
풀어나가되 그 문장은 간결하다. 그 간결함은 더욱 더 강렬한 의식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살인자의
건강법에서도 그랬는데 이 책 역시 디안의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넌 네 집에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