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위한 슬기로운 와인생활 - 외국 술이지만 우리 술처럼 편안하게
이지선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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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워진 등심 한점에 카베르네 소비뇽 한 모금은 환상이다. 모 먹방 프로의 앤딩 멘트인

'먹어 본 자가 맛을 안다'와 같이 이것도 먹어 본 사람만 안다. 와인은 격식 있는 자리,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주로 마셨다는 기억이 있을 정도로 흔하지 않던 대학 시절, 독일어

원전을 강의 하시던 교수님댁에서 처음 접해 본 와인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막걸리와

소주가 주종이었고, 간혹 과외비를 받은 날 먹던 맥주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프랑스 와인은 '천상의 맛'이었고 그 이후 우리는 뻔질나게 교수님 댁을 들락거렸다.

와인은 많이 마셔봐야 알 수 있다. 가성비가 좋으면서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만나는 것은 행운에

가까울 정도로 와인은 가격도 맛도 다양하다. 심지어 동일한 이름을 가진 와인 임에도 숙성도와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처음 와인을 접했을 때 겪었던 그 당황스러움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호기롭게 찾아간 마트(당시에는 꽤 컸다)에 달랑 두 종류의 와인만이 놓여 있고 심지어 먼지도

쌓여 있었다. '혹시 다른 와인은 더 없나요'라는 물음에 나를 이상한 놈 보듯이 바라 보던 직원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난다. 그랬던 시절을 지나 세금을 물고서라도 와인을 먹었던 시절, 수입은

되었으나 관세가 너무 많아 가격이 부풀려졌던 시절, 지금은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어 많이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만날 수 있고 달랑 두 종류의 와인만 진열되어 있던 마트는 와인 부스를

따로 둘 정도로 와인 인구가 확산되었다.

좋은 와인이란 마셨을 때 단순히 '맛있다'가 떠오르는 와인이다. 산도나 알코올 등의 특정한 맛이

튀지않고 밸런스가 좋기 때문이다. 높은 산도의 소비뇽 블랑이 맛있게 느껴진다면 이는 당도,

바디감, 알코올, 구조감등 다양한 요소가 산도를 받쳐 줄 만큼 잘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좋은

와인은 마시고 난 후 길게 여운(finish)을 남긴다. 페트릭 파렐은 '좋은 와인은 빈틈이 없다.

균형감이 있고 품종이나 장소에 충실하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 향기로운 와인의

삼합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를 깨닫게 해준다.

한때 커피 감별사(Cupper 혹은 Q-Grader)와 소믈리에(Sommelier)에 매력을 느꼈던 때가 있다.

지금처럼 커피와 와인의 저변이 넓지 않던 터라 둘다 국내에서는 마땅한 자격증도 관련 기관도

없던 시절, 유일한 지식 습득 통로는 외국 대사관이었고 나 역시 그곳 문화원에 등록을 해 놓고

온갖 행사에 참여하며 기웃거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들었던 소리가 'MW만 있으면 국내에서

큰 소리 칠 수 있다'였는데 이 책에서 그 단어들을 만났다. MW는 'Master of Wine'의 약자로

와인 관련 자격 중 최상위에 해당하고 MW 자격 자체가 최고의 와인 전문가임을 증명해 준다.

영국 런던에 있는 IMW(Institute of Master of Wine)에서 수여하는 자격증으로 일주일에 걸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진행되며 전 세계적으로 28개국, 354명 밖에 안되며 2016년 기준으로

아시아 권에서는 홍콩 2명, 일본 1명, 싱가폴 2명이 전부다.(지니 조 리는 국적이 미국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MW들의 멘토라 불리는 페트릭 파렐(Patrick Farrell), 아시아 최초의 MW인 지니 조 리(Jeannie

Cho Lee) 등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전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다.

이 책은 훌륭한 '와인 교과서'이다. 거의 와인의 처음부터 끝을 기록하고 있어 와인을 좋아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시작을 함께해도 좋을 그런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서재의

책 꽂이가 아닌 책상에 놓아 두었다. 지금까지 참 많은 종류의 와인을 마셔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도 마시는 와인은 'Chateau Haut Brion'과 'Montes alpha 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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