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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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의 네 기둥(문화, 고고, 언어, 체질인류학) 중 하나인 진화

인류학은 주로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인간성의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존재한지도

수백만년이 지났건만 우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인 인류를

연구한다. 이 책은 그런 진화인류학이란 학문을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돕는 이해서인데 1부에서 소개하는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 하지

못하면 사실 따라 가기에 조금 버거워지나 저자 특유의 구어체는 쉽게

학문을 접하게 해 준다. 저자는 '진화인류학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듯이 우리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매혹적인 학문입니다.

몇 백만 년에서 몇십억년에 이르는 광대한 시간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탐구하죠.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성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인류학, 즉 인간을 다루는 과학은 해부학과

심리학으로 나뉘고 해부학은 인간 몸의 각 부분을 연구하며 심리학은

인간 마음에 관해 다룬다.


자연의 입장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경로인 성선택(性選擇)은

상당히 번거롭고 불편하며 단세포나 무성 생식에 비해 비효율적

이기까지 한데 고등동물인 인간이 이러한 번식 방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소개하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교배행위에서 쾌감을 느끼는

동물이라고 설명하며 진화 과정에서 우연 발생 가능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바퀴벌레 등은 간단한 변이 상태를 거쳐 결국

살아 남는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가설도 만난다. '붉은 여왕 가설(효과, Red Queen effect)'인데

어떤 대상이 변화하려고 해도 주변 환경과 경쟁 대상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무는 현상을

일컷는 말로 주로 경영학 적자생존 경쟁론에서 주로 사용하던 가설을

진화인류학에서 발견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한 말에서 비롯됐다. 이

소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을 달려야

겨우 앞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붉은 여왕 가설에

갇힌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책은 학생들의 교재로 만들어 졌기에 진화인류학의 기본적인 부분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다 저자의 노력으로 고등학생 수준으로 재편성하여

출간하였기에 읽고 이해하기에 수월하다.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오래전

꾸러기라는 포크 그룹이 불렀던 '아주 옛날에는사람이 안살았다는데'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그럼 무엇이 살고 있었을까

땅속을 뒤져보면 화석이 많이 나오는데

아주 이상한것만 있다네

땅덩어리도 다르게 생겨서

어느 바다는 육지였다네

생각해 보면 오래 전도 아니지

겨우 몇 십만년 전

겨우 몇 백만년 전

한번은 아주 추워서 혼들이 났다던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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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배우는 시간 -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더욱 빛을 발하는 침묵의 품격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서교책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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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넘쳐난다. 넘쳐나다 못해 이젠 말이 사람을 잡아 먹는 시대다.

이럴때 '침묵은 금이다'라는 고언을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침묵은

분명 웅변보다 나을 때가 많음을 느낀다. 저자는 운종선수들의 출발

장면을 예로 침묵 혹은 정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정적 속에

힘이 있다고 말한다. 진중함이 힘이며 정적이 강력함이다.


지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그들은 쉴새 없이 조잘대지 않는다.

조용히 기다리며 던지는 한 마디에 우리는 미묘한 강렬함을 느끼고

그 말에 권위를 부여한다. 이는 단순하게 정적을 깨뜨리는 꽹과리

소리가 아니라 깊고 긴 여운을 가진 징의 울림과 같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말이 적으면 속이 깊어 보이고, 말이 적으면 그만큼

실수를 덜 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맣한다. '말을 하려거든

침묵보다 더 가치 있는 말을 하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존재이다. 때문에 적막한 순간을

쉽사리 참지 못하고 난감해 한다. 어색하고 난감한 순간을 모면하고자

주절거리지만 대부분 안하니만 못한 경우가 많고 저자는 이를 '정적을

깨뜨리기 위한 소음'이라고 표현하며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는 조용할 때 찾아오는 생각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으로 무슨 말이든 해서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하며 말로 상대방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판단의 오류를

범한다. 정작 상대방은 별 관심이 없다.


저자는 침묵의 개념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의 양과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침묵은 효과적인 설득의 수단이다. 말과

침묵의 비율을 1:3 정도로 유지하며 상대방의 의중과 의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 인간관계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 된다. 저자가 조언하는

가장 좋은 대화의 방법은 멈출때와 나아갈때를 아는 '고스톱'이다.

작잘한 진퇴의 조절은 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고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며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단 침묵은

거저 얻는것이 아니라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웅변 보다 뛰어난

침묵의 무기를 부단히 단련한다면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진정 강한 자로 남게 될 것이다. 엔도 슈샤쿠의 침묵이 생각이 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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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서양음악사
야마사키 게이이치 지음, 이정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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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역사와 동거동락한다. 대부분의 승자 위주의 전승이 전해지기에

예술 역시 승자의 편향에 의해 좌우 된다. 때문에 역사를 알면 예술세계가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 온다. 음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이런 점에서 착안하여 곡의 설명과 해석을 역사에 빗대어 기술한다.

작자가 살아 온 시대와 경험한 사건들이 작품의 기반이 되기에 역사는

그들의 좋은 소재가 된다.


책에는 한 곡이 작곡 된 배경과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들이 설명되어 있고

QR코드를 제공하여 원곡을 감상할 수 있게 돕는다. 생각보다 QR이 많아

모두 들으면서 책을 읽는 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또한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 상식을 통해 쉽게 클래식에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며 중요한 문장 마다 그어져 있는 밑줄은 집중력을 높인다. 이 책의

대표적인 특징은 여타의 음악사 책들이 음악을 중심으로 지어진것에

비해 이 책은 역사 이야기와 그에 따른 배경 상황들이 먼저 설명되고

거기에 맞춰 음악 이야기가 나와서 왜 이 곡이 작곡 되었고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 배경은 어떠한지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첫 곡부터 강렬하다. 베르디의 대표 오페라로 바빌론에 끌려 간

유대인들이 사슬에 묶여 노역을 하면서 잃어 버린 조국과 요르단 강과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부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원 제목은 ‘가라,

내 마음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Va' pensiero, sull'ale dorate)’으로

알려진 오페라 나부코 (Nabucco, 느부카드제나르 2세, 성경에선

느부갓네살왕)에 대해 이야기하며 처음 음악이 시작된 것이 종교적

이유를 가지고 있음을 전한다.


이외에도 단성부의 매력을 지닌 그레고리안 성가, 인본주의를 배경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 오페라라는

장르를 개척하는 바로크 시대, 음악 형식의 기초를 만든 고전파와

낭만파, 근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동행하는 음악사를 소개한다.

'고전'이라는 말은 소나타 형식(몇 개의 주제 멜로디를 사용해서 음악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과 기능 화성(규칙적인 화음의 추이에 맞추어

음악을 전개하는 형식)이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음악의 본보기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쓰인 것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모짜르트,

베르디, 베를리오즈가 작곡한 각각의 레퀴엠을 한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장은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역사와 음악에는 두 가지 연결고리가 있다. 하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작곡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시대를 소재로 한 곡’이다. 이 책은 그 둘을

모두 소개하는 흔치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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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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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년 출간된 작품이니 벌써 200여년이 넘은 작품임에도 여전히

영화, TV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오만과 편견'은 많은 이들이 선택한 인생고전 중 하나이다.

다만 못 들어 본 사람은 없지만 완독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은 책으로도

유명하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처음 학부때 교양 수업의 레포트를

위해 읽었고 사실 별 기억은 없었다. 그후 몇번 더 읽어 볼 기회가

있었지만 몇몇 장면을 제외하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강렬하게 기억에 남게 된 것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자존심 강하고

영리하며 발랄함마저 가진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 역을 맡았던

2006년작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을 본 후였다. 자존심

덩어리인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함의 대명사 다아시의 줄다리기는

거만하고 차갑고 말수가 없는 탓에 가지게 된 오만하다는 나쁜

첫인상에 편견의 장벽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둘의

연기의 합이 상당히 잘 맞았던 기억이 난다.


소문과 편견은 역시 소설의 단골 주제답게 책의 흐름을 이끈다.

제인과 빙리,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이들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오만함과 관대함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막간에 등장하는 김경일 교수의 나르시즘에

관한 심리학 강의는 작중 인물들의 심리를 잘 설명해 주는 양념의

역할을 톡톡히 해 조금은 지루해질 틈을 잘 매꿔준다.


'재산이 많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산은 많으면 좋은 것이다.

하물며 혈통이나 가문 그리고 배경을 중시 여기던 그 시절 영국에서

돈 많은 남자에게 딸을 시집 보내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일것이다. 비록 조금은 경박해 보이고 조금은 속물적이고

세속적으로 보여도 말이다.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은 '첫인상'(The first

impression)이라는 책의 전체 흐름을 꿰뚫는 단어였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출간 허락이 떨어지지 않다 지금의 제목인 '오만과

편견'(The pride and prejudice)으로 바뀐 후에야 출간이 되었다고

한다. 익숙해서인지 '첫인상'이라는 평면화된 제목 보다는 '오만과

편견'이 훨씬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느낌이 든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번역의 묘한 차이와 글자의 크기, 종이의 질감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모처럼 긴 독서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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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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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죽는다면?'이란 질문 앞에 잠시 멈춰선다. 모든 인간에게

가장 공평한 한가지인 죽음은 항상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누구나

그 앞에서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죽음을 받아 들이고 순응할

때 각자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일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남긴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 종교, 심리학의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삶과 죽음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생의 마지막에 대한 책임으로 현재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단순히 생이 다하는 것의 차원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삶의 진지함과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보다 더 가치 있는 죽음을 맞이할 것을 요구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과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럼 당신을

지금부터 죽음의 세게로 초대하겠습니다'라는 저자의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 물음에 답하는 것도, 삶의 순간을 선택하는 것도

결국 나이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그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렇게 주저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다시 묻는다. '죽음이

묻는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삶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 대답에 자신이 없음은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 할

자신이 없음이기도 한 것 같아 숙연해진다.


저자가 말하는 시간에 대한 '자각의 차이'는 사실 조금 섬찟하다. '이 책을

읽는 10분 동안 당신의 수명은 10분 줄어 들었습니다.' 벚꽃 70번과 지구

70바퀴는 고작이다. 막상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우리가 그렇게 발버둥

치는 그 시간들이 한낱 먼지와도 같은 '찰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죽음을 담보로 하기에 우리가 살아 숨쉬는 것이 영원하지 않기에

'잘 산다는 것'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산다'는 저자의

말이 충분히 받아 들여진다. 죽음 앞에 모두가 공평하듯 우리의 삶에

주어진 시간 역시 동일하다. 하루 24시간, 1440분, 86400초를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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