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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 케고르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절망하면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결코 죽을 수 없는 병', '죽으려해도 죽을 수 없는 병', '죽을 수 조차
없는 죽어가면서도 죽을 수 없는 병'이라고 말하는데 이 절망의 한 부분이
'고독'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차용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고독, 홀로됨, 고립'등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역설적이지만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가는 저자는 '두려워 하지 마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귀여운(아마도 나의 표현력의 한계일 것이다) 다양한 동물들이 일관되게 무언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눈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아지의 모습이나, 오아시스를 바라보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낙타의 모습, 세탁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앉아 있는 모습의
그림 옆에 적힌 글귀는 이렇다. '걱정하지마 두려워하지도 마 일상의 순간마다
내가 옆에 있을게' 이 말은 낯섬과 홀로됨이라는 두려움에 맞닥뜨린 저자의 자기
고백적인 표현이며 고독이라는 죽을 병에 걸렸는데도 스스로가 죽어 감을 모른채
자신의 생명을 갉아 먹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그런 점에서 사막을
걷고 있는 어미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의 모습과 지붕 위에서 먼 곳 도시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여자와 고양이의 모습은 따뜻한 위안을 준다. 보고 있기만 해도 정이
느껴지고 온기가 느껴져 함께 하고 있음이 전해진다.
무엇보다 놀라운건 그들의 시선이다. 그들은 결코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 서로 같은 곳을
보며 서로같은 곳에 시선이 머무른다. 함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각자 제 갈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길 바라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 사는게 중요하다.
"나는 네가 좋은 사람 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