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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침묵 속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발전하거나 경험 즉,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현대인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가식적이며 타인과의
비교가 주를 이루고 계속해서 들리는 소음들은 우리의 침묵마저 삼켜 버렸고
끊임 없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아 성찰의 가능성 마저 말살시켜
버렸다. 저자는 이러한 삭막한 현대인의 삶에 경종을 울리며 열다섯 편의 편지를
통해 잃어버린 우리의 감성과 침묵들을 끄집어 낸다.
심령술이 빠져 있던 고모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어린 시절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를 부적처럼 지니고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유행처럼 번진 미신을
쫓아가다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지 않고 세탁기를 돌려버려 온 옷에 종이 조각이
묻어서 어머니에게 엄청 혼났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저자가 인생과 비유하는 '뱀 사다리' 게임은 어렸을 때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주사위를(심지어 주사위 마저도 종이로 접어서 만들게 되어 있다) 던져
나오는 숫자 만큼 진행하다 뱀 자리가 나오면 여자 없이 밑으로 추락하고 사다리
자리가 나오면 위로 올라가는 게임인데 거의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에 나타나는
거대한 뱀 자리(여기에 걸리면 거의 출발선 정도로 내려갔다)는 공포 그 자체였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뭔가
다 이루었다 싶으면 모두 다 잃어 버리기도 하고 수 없이 많은 갈림길에서 수 많은
인생들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는게 우리 인생이다. 그렇게 부딪히는 인생들과 합쳐지게
될지 끝내 모른채 지나치게 될지는 오직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고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선택에 의해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보낸 12월 22일자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글귀는 여전히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네 마음이 하는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서
마음가는대로 가거라"
너무 바빠서 잊고 살았던 마음이 하는 소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듣는 기회조차 잃어 버린 그 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나에게 하는 소리를 들어
보아야겠다.
조금 늦더라도 그렇게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