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
모종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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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물질 외적인

가치를 찾는다. 이처럼 라이프 스타일을 개인의 성향이라는 틀에서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이

확산되면서 최근 자존감, 힐링, 비혼, 홀로 살기 등의 키워드가 부상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를 찾는다. 이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 연대와

커뮤니티에 관한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활동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라이프 스타일을 특정 계층이 공유한 가치와 생활방식으로 정의했고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부르주아, 쁘띠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계급적 취향과 정체성을 구별하는 수단으로 이해했다. 이처럼 사회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때,

나다움은 더 폭 넓게 구성되며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일과 공간으로 연결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의 본질은 나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하고 물질을 나의 삶의 어디에 두는지가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서구 역사를 살펴 보면 산업 사회의 문화를 한 마디로 표현해주는

부르주아로 대변되는 '물질주의'와 물질과 독립된 삶을 제안하는 탈 물질주의로 나뉘어진다.

탈 물질주의 안에는 예술가 보헤미안, 문화저항자 히피, 진보 기업가 보보, 로컬 크리에이터 힙스터,

프리랜서 노마드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모델들이 존재하며 이 책에서는 여섯가지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각각의 역사와 배경 그리고 미래를 분석한다. 특이한 것은 해당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도시와 기업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강남 좌파와 일맥 상통하는 '보보'(스)가 눈에 들어 온다. 보보는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의 합성어로 진보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가나 고소득 전문직을 의미한다. 특이한

것은 부르주아는 산업사회의 엘리트로 전형적인 물질주의 가치를 추구하고, 보헤미안은 그런 부르주아

문화의 대척점에 서 있던 부류라는 것이다. 보보는 그 이름의 유래처럼 경제적으로는 부르주아를,

정치나 생활면에서는 보헤미안의 가치를 지향한다. 이 단어는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자신의 저서 '천국의 보보스(Bobos in Paradise)'에서 처음 사용하였는데 그가 말하는

보헤미안의 가치는 예술가적 가치 뿐만 아니라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탈물질주의이다. 보보는 기본적으로 문화적 인간이다. 전통적인 귀족 엘리트가 아니라 '교육 받은

엘리트(The Educated Elite)'로 규정한다. 보보는 일, 직업, 여가, 신앙, 정치 분야에서 부르주아와 다른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이들에게 직업은 좋아하는 일이다. 취미의 연장이라고 할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 보보 문화도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산업과 융합된 자신만의

도시를 만든다. 여기서 보보 도시는 보보가 모여 사는 즉 탈물질주의를 중시하는 부유층이 모여 사는

도시를 말한다. 그리고 보보 도시가 직면한 문제점은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이다. 일례로 한국의 보보를

자처하는 강남 좌파는 특유의 부르주아적 성향을 버리지 못해 생활과 정치를 통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은 선택이다.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으면 트렌드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6가지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공존 할 것인데

그 중심에는 '탈물질주의'가 있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은 '나 다움'을 완성할 것이고 '개인의 자유는 필수,

커뮤니티는 선택'인 미래 사회에서 역동적인 자신을 만나게 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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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데이 원 - 위기 때 더 강한 아마존 초격차 시스템
램 차란.줄리아 양 지음, 고영훈 옮김, 박남규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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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day one'(매일을 첫날처럼)은 아마존의 경영전략 중 하나이다. 아마존의 경영관리시스템은

혁신적이다. 질적으로 좋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며, 서비스 처리 속도는 더욱 빠르고 편리하며

고객들을 위해 끊임없이 발명하고 새로운 비지니스를 창출하며 기존 생태계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워렌 버핏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을 '경이적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경영관리시스템을 구성하는 6가지 핵심 원칙 중 유독 눈에 들어 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인데 바로 '집착'이라는 단어이다. 보통 어떤

대상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거나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인 '집착'을 아마존에서는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obsessed)'을 기반으로 플랫폼,

생태계, 인프라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개념을 만들었다. 아마존은 '집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객 중심

경영을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이 최우선이다'를 모토로 삼지만 그 대부분이 지켜지지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존은 '집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치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마존은 여러 측면에서 전통적인 사업 방식을 탈피한다. 이 책은 맹목적인 모방이 아닌 선택적

수용을 이야기한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에 대한 연설을 할 때 마다 빠뜨리지 않는 내용이 있다. 바로 고객이 대한 집착

그리고 고객 중심주의다. 베조스는 1997년 첫 번째 주주서한에서 아마존의 기본 경영방침과 의사결정

방식에 관한 9가지 원칙을 밝혔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우리는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끈질기게 집중할

것이다'였다. 그의 고객이 대한 감정은 경외심에 가깝다. '우리는 쉴 시간이 없다. 경쟁사가 아니라

우리 고객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에서 깨야 한다. 우리 고객들은 현재 우리의 사업을 만들어 주었고,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며, 우리가 큰 의무를 져야 할 사람들이다.' 고객의 신뢰는 기업이

노력을 통해 얻어낸 특권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들이 제품의 가격을 책정할때의 목표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지 최고의 단기 이윤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고객과

관련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한가지는 고객의 '신성한 불만'이다 라고 말한다. 고객의 기대치는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올라가기에 고객의 신성한 불만은 아마존의 발전과 혁신에

지속적인 원천이 된다.

아마존이 다른 기업과 현격히 다른 하나는 '실패'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세상에서 가장 실패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실패와 발명은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발명하기 위해서는 실험해봐야 하고 실험은

반드시 실패가 따른다. 성공 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실험이 아니다. 아마존은 이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성공 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물론

발명의 과정은 효율적이지 않다. 좋은 결과가 나오려면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과정은 고되고 오래 걸리며 불확실하다. 이에 대해 베조스는 발명은 '방랑의 힘이다'라고 말한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언제나 Day1의 정신을 지키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Day1 정신의 핵심은

지속적인 기준 향상이다. 데이터 및 측정지표 시스템은 아마존의 모든 구성원이 최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기준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장치들이다. 이를

토대로 아마존은 성장해왔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아마존의 특징 중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이 '속도와 민첩성'이다. 기존의 관료주의적 의사결정은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여러겹의 계층에 따른 긴 승인 절차, 사내정치, 구성원들의 교묘한 시스템 이용, 그리고

데이터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탁월한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관료주의적 의사 결정 과정은

디지털 기업에 꼭 필요한 '속도와 민첩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명령과 통제'를 위해

설계된다. 이외에도 '소신있게 반대하거나 헌신하라'와 베조스의 선택의 최후의 무기인 '후회 최소화

프레임 워크'는 머리 속에 오래 기억되는 방식들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항상 고려하는 Day2에 대해 베조스는 'Day2는 정체 상태이다. 몹시 고통스러운

쇠퇴가 따르고, 마지막은 죽음(앤트로피 증가에 따른 우주의 열역학적 종말인 '열 죽음(heat death)'을

빗대어 한 말)에 이르게 된다. 언제나 Day1 이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한다. 불현듯 '멈출 것인가 변할

것인가'를 외쳤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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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씁니다 - 1%의 외로움, 나만 아는 이야기
김석현 지음 / 북스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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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외로움은 나 자신을 위한 감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상황이 외로운것인지 상태가 외로운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나뉠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사람은 외롭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외로움에 무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외로움에 처하면 속절 없이 무너져 내린다. 사실 외로움에 무딘 것이 아니라 그런

외로움을 경험해 보니 못한 것이다. '지독한 외로움'은 광풍과도 같다.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겨우

움켜 잡고 있는 의식을 여지 없이 날려버릴 만큼 거대한 광풍이다. 저자는 이러한 광풍을 파리에서

만난다. 세상에서 가장 철저한 개인주의자들이 몰려 있는 파리, 그곳에서 저자는 철저히 혼자가 되고

'나만 아는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글은 그로 부터 시작된다. 외로움은 고정적이지 않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감정이기에 '관찰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를 표한다.

그렇다. 외로움은 지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관찰이 관찰로만 끝나면 소모적이다 못해 외롭다. 관찰

자체가 외로운 행위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동기는 외로움 탈피, 혹은

여기에서 파생되는 안정의 욕구나 과시의 욕구, 소유의 욕구이기에 타인을 관찰하다 외로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는다고 해도 외로움은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외로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외로움을 말끔히 날려 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해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덜 외로워질

장치 정도는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런 장치를 '글쓰기'에서 찾는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카페에는 외로운 사람들과 덜

외로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이 존재하며, 소음은 혼자 일하는 외로움을 상쇄해준다.

(사실 나는 아직 이런 소음이 부담스럽다) 심리학 용어로 'Mere Belonging(단순 소속감)'이라는

작용인데 대화나 신체적 접촉을 비롯한 그 어떠한 상호작용 없이 전혀 모르는 타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약한 강도의 소속감을 말한다. 강력한 제한과 억제력은 없지만 나름의 유대감도

형성하고 그들 나름의 암묵적 룰이 생기기도 한다.

유럽 대부분의 집에는 발코니가 있다. 그곳은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술을 마시는

지극히 개인적 공간이다. 심지어 공간이 넓지 않으면 작은 의자를 하나 놓고서라도 그렇게 한다. 그곳은

자신 만의 안식처다. 누구로부터 침해 받고 싶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 그런 공간을 집 곳곳에

설치해 두고 자신만의 안식처로 삼는다. 발코니는 커녕 베란다까지 확장 공사를 해서 없애는 우리의

주거 공간과는 사뭇 다른 유럽의 모습은 외로움이라는 또다른 문제 앞에 우리를 직면하게 만든다.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난다. 남녀 주인공이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재회한다는 설정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도 한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그 외로움에 힘들어 한다. 외로운 사람들은 외롭기 때문에 작은 인사 하나에도

반갑게 반응한다. 외로움은 외로움을 낳고 그 외로움은 또 다른 외로움을 불러 온다. 그렇게 우리는

지독한 늪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윌슨'(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혼자 남은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게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대화를 나눈다)이 존재한다. 그것이 넷플릭스가

될수도, 게임이 될수도, 유튜브가 될수도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 '의인화(anthtopomorphize)'라고

부르는데 외로움의 절정을 드러낸다.

이 책은 '요리소개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나온다. 밀가루 반죽이 각종 고기, 채소,

치즈로 속을 만들고 물에 삶아 소스를 곁들여 먹는 우리의 만두와 비슷한 라비올리, 일체의 첨가물을

섞지 않은 자연 발효 와인인 내추럴 와인, 아침 일찍 먹는 갓 구운 바게트, 그 맛이 일품이어서 간식으로도

혹은 한끼 식사로 먹기 좋은 에그타르트, 고급인 아라비카 원두가 아닌 질이 낮고 쓴맛 95%인 로부스타

품종의 원두, 에그타르트의 성지인 '파스데이스 데 벨렘(Pasteis de Belem)', 제노바 기차역 근처의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맛본 참치 링귀네 파스타가 포함된 런치세트등은 그 이름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외로움에 대한 저자의 글은 외롭지 않게 만든다. 저자가 자신의 글 속에서 이야기 하는 그곳들을 다 가보고

맛보기에도 벅차니 말이다. 외로움에 관해 어떠한 정의도 내리지 못하겠다. 그저 밀려오면 밀려오는 대로

다가오면 다가오는 대로 맞이하고 만나야 할것 같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대사 하나를 적어 본다.

'어디에 가도 슬픈 사람은 있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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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무엇이 문제일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2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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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 중 밀은 6.0%,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은 3.1% 감소할 것이라고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NAS)'에서 밝혔다. 평균

기온이 가장 빨리 변화하는 곳 중 하나인 우리나라 역시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재배된다는 사과가

강원도 양구에서 재배가 될 정도로 주요 농작물의 경작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소비량이 많은 사과, 복숭아, 포도등의 재배 가능지는 점차 감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모두가 손해만 겪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북아프리카 같은 곳은 대부분의 지역이 농업이 거의

불가능한 황무지와 사막이다. 고대에는 지중해에서도 손 꼽히는 곡창지역이었지만 기후가 변화하면서

지중해에서 불어 오던 축축한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고, 아프리카 내륙에서 메마른 바람이 불어 온 결과

거대한 사막이 형성되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바람의 방향이 다시 북풍으로 바뀌어

북아프리카 일대는 농사에 적합한 해양성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밖에도 침엽수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툰드라도 기온 상승에 따른 이익 지역이다. 러시아 북부의 광활한 툰드라 지대는 지금은 얼어

붙은 동토지만 기온이 상승하면 비옥한 옥토지대로 변해 대규모 농사가 가능해 질것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연국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토머스 맬서스(Thomas R. Malthus)는 저서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말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토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인류는 곧 식량 부족에 맞닥뜨릴 것이고 인류 문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쳇바퀴를 돌게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일부만 맞았다. 경제

논리를 따르는 경영과 환경 논리를 따르는 지속 가능성은 일면 양립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속 가능성이란 경제 논리에 바탕을 둔 개념이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에서 당장은 배를 가르는 쪽이 이익이 더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알을 더 많이 낳도록 거위를 키우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거위가 '건강하면서도 알을 더 많이 낳게 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미래 농업의 대안을 '스마트'로 규정하면서 그간 '스마트'라는 수식어에만 집착한 나머지 ICT와의

융복합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꼬집는다. 고령 인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서 ICT가 얼마나 받아 들여질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현실과 농업과 수산업 등의 1차 산업을

관장할 관계부처마저 없는 실정, 대다수가 영세한 국내 농가들의 현실에 몇 가지 단일 기술만 도입

한다고 해서 농업이 '스마트'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 농업은 기술이 아닌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스마트 농업은 투입 자원과 노동력을 줄이기는 하지만 역으로 에너지 소비는

늘인다. 에너지 소비를 충당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스마트 농업은 공염불에 불과한데 실상

아직까지는 그런 실정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 절반 정도이며 인구 밀도는 비슷한

네덜란드를 예로 든다. 네덜란드가 유럽에서도 드물게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이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보'와 '자동화'라고 설명한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는 것이 스마트의 본질이라면 그를 위한 '정보'와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학자 마다 4차 산업 혁명을 규정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망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여

개인화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4차산업혁명의 길 위에 서 있다. 어물쩍

거리다 뒤에서 달려오는 이들에게 밟혀 버리거나 앞서 가는 이들이 달리며 내는 먼지와 돌멩이들에

맞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법들을 고안해야 할 때이다.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농업 보다는 '꼭 필요한

작물을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스마트 농업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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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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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보지만 대부분 꿈만 꾸고 결국 시간을 흘려 보내는

안타까움이 존재하는 단어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자전거 여행보다는 무전 여행이 더 많았고 나 역시도

무전 여행에 대한 추억이 있다. 여하튼 진리는 두가지다. 첫째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고 또 하나는

그래도 나가봐라이다. 그만큼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 생각을 가져다 준다.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곧 아이를 가질 계획이고 지금이 아니면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와 아빠가 자전거를 조립해 주셨는데 택배로 보내기가 싫어서라고 애둘러 말하지만

정작 이유는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게 없어 죽고 싶었다'임을 담담히 밝힌다. 그렇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그런 때를 맞이한다.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정말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는다. 그래서 모험을 하고, 여행을 하고, 무언가 자신을 미치게 만들 '꺼리'를 찾는다. 저자에게 자전거

여행은 그런 것이다. 그랬기에 때로는 남은 거리가 지옥 같고, 오르막길은 완전 개 같고,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수백번도 더 들지만 그냥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그 길 끝에 뭔가 대단한

보상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 길을 간다.

여행의 진미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장소에서 만나느냐는 그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 나도

그 시절 만난 그 분들과 지금껏 연락을 하며 지낸다. 저자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두번째 날 자신과

반대쪽 방향으로 달리며 피스 사인을 하면서 '언니 쩐다'라고 소리친 그 자전거 여행객은 아마도 평생을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만난 노인, 자신의 차고를 선뜻 내려준 친절한 남자, 텍사스

서부의 운하 속을 걷는 남자, 사회복지사에 상담치료사에 물리치료 실력까지 갖춘 자전거 가게 주인,

평소에 무섭게만 느꼈지만 선뜻 생수를 건네주는 국경수비대원, 경로를 벗어난 덕분에 다시 만난

센더슨 에서 만났던 잭, 마지막날 밤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묵은 '유서 깊은

플랜테이션 저택'에서 만난 월트 하이랜더 대령의 미망인, 그리고 필요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고마운 부모님. 저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한다.

여행은 그런것 같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환경에 적지않게 놀라지만 그마저도

익숙해 지는 그래서 다시 그곳에 가고 싶어지는 그런것이 여행이다.

무작정 그것도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조지아주 애선스까지 2736km를 58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저자도 이야기 하듯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포기하고 싶고 왜 시작했는지 후회도 되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문을 가져 보지만 결국 저자는 그 길을 완주한다. 꼭 기억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게 동의 해 준 남편 드류다. 쉽지 않은 결정 혹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부인을

혼자 58일간(사실 이 시간을 더 걸릴수도 단축 될수도 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게 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다. 그러나 책의 내용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얼마나 단단한지, 남편이 아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는지, 아내가 남편을 얼마나 의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부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시 진리는 하나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지만 그래도 나가 봐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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