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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자전거 여행.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보지만 대부분 꿈만 꾸고 결국 시간을 흘려 보내는
안타까움이 존재하는 단어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자전거 여행보다는 무전 여행이 더 많았고 나 역시도
무전 여행에 대한 추억이 있다. 여하튼 진리는 두가지다. 첫째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고 또 하나는
그래도 나가봐라이다. 그만큼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 생각을 가져다 준다.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곧 아이를 가질 계획이고 지금이 아니면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와 아빠가 자전거를 조립해 주셨는데 택배로 보내기가 싫어서라고 애둘러 말하지만
정작 이유는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게 없어 죽고 싶었다'임을 담담히 밝힌다. 그렇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그런 때를 맞이한다.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정말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는다. 그래서 모험을 하고, 여행을 하고, 무언가 자신을 미치게 만들 '꺼리'를 찾는다. 저자에게 자전거
여행은 그런 것이다. 그랬기에 때로는 남은 거리가 지옥 같고, 오르막길은 완전 개 같고,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수백번도 더 들지만 그냥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그 길 끝에 뭔가 대단한
보상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 길을 간다.
여행의 진미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장소에서 만나느냐는 그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 나도
그 시절 만난 그 분들과 지금껏 연락을 하며 지낸다. 저자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두번째 날 자신과
반대쪽 방향으로 달리며 피스 사인을 하면서 '언니 쩐다'라고 소리친 그 자전거 여행객은 아마도 평생을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만난 노인, 자신의 차고를 선뜻 내려준 친절한 남자, 텍사스
서부의 운하 속을 걷는 남자, 사회복지사에 상담치료사에 물리치료 실력까지 갖춘 자전거 가게 주인,
평소에 무섭게만 느꼈지만 선뜻 생수를 건네주는 국경수비대원, 경로를 벗어난 덕분에 다시 만난
센더슨 에서 만났던 잭, 마지막날 밤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묵은 '유서 깊은
플랜테이션 저택'에서 만난 월트 하이랜더 대령의 미망인, 그리고 필요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고마운 부모님. 저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한다.
여행은 그런것 같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환경에 적지않게 놀라지만 그마저도
익숙해 지는 그래서 다시 그곳에 가고 싶어지는 그런것이 여행이다.
무작정 그것도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조지아주 애선스까지 2736km를 58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저자도 이야기 하듯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포기하고 싶고 왜 시작했는지 후회도 되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문을 가져 보지만 결국 저자는 그 길을 완주한다. 꼭 기억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게 동의 해 준 남편 드류다. 쉽지 않은 결정 혹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부인을
혼자 58일간(사실 이 시간을 더 걸릴수도 단축 될수도 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게 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다. 그러나 책의 내용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얼마나 단단한지, 남편이 아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는지, 아내가 남편을 얼마나 의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부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시 진리는 하나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지만 그래도 나가 봐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