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무엇이 문제일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2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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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 중 밀은 6.0%, 쌀은 3.2%, 옥수수는

7.4%, 콩은 3.1% 감소할 것이라고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NAS)'에서 밝혔다. 평균

기온이 가장 빨리 변화하는 곳 중 하나인 우리나라 역시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재배된다는 사과가

강원도 양구에서 재배가 될 정도로 주요 농작물의 경작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소비량이 많은 사과, 복숭아, 포도등의 재배 가능지는 점차 감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모두가 손해만 겪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북아프리카 같은 곳은 대부분의 지역이 농업이 거의

불가능한 황무지와 사막이다. 고대에는 지중해에서도 손 꼽히는 곡창지역이었지만 기후가 변화하면서

지중해에서 불어 오던 축축한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고, 아프리카 내륙에서 메마른 바람이 불어 온 결과

거대한 사막이 형성되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바람의 방향이 다시 북풍으로 바뀌어

북아프리카 일대는 농사에 적합한 해양성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밖에도 침엽수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툰드라도 기온 상승에 따른 이익 지역이다. 러시아 북부의 광활한 툰드라 지대는 지금은 얼어

붙은 동토지만 기온이 상승하면 비옥한 옥토지대로 변해 대규모 농사가 가능해 질것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연국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토머스 맬서스(Thomas R. Malthus)는 저서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말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토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인류는 곧 식량 부족에 맞닥뜨릴 것이고 인류 문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쳇바퀴를 돌게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일부만 맞았다. 경제

논리를 따르는 경영과 환경 논리를 따르는 지속 가능성은 일면 양립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속 가능성이란 경제 논리에 바탕을 둔 개념이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에서 당장은 배를 가르는 쪽이 이익이 더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알을 더 많이 낳도록 거위를 키우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거위가 '건강하면서도 알을 더 많이 낳게 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미래 농업의 대안을 '스마트'로 규정하면서 그간 '스마트'라는 수식어에만 집착한 나머지 ICT와의

융복합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꼬집는다. 고령 인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서 ICT가 얼마나 받아 들여질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현실과 농업과 수산업 등의 1차 산업을

관장할 관계부처마저 없는 실정, 대다수가 영세한 국내 농가들의 현실에 몇 가지 단일 기술만 도입

한다고 해서 농업이 '스마트'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 농업은 기술이 아닌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스마트 농업은 투입 자원과 노동력을 줄이기는 하지만 역으로 에너지 소비는

늘인다. 에너지 소비를 충당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스마트 농업은 공염불에 불과한데 실상

아직까지는 그런 실정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 절반 정도이며 인구 밀도는 비슷한

네덜란드를 예로 든다. 네덜란드가 유럽에서도 드물게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이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보'와 '자동화'라고 설명한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는 것이 스마트의 본질이라면 그를 위한 '정보'와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학자 마다 4차 산업 혁명을 규정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망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여

개인화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4차산업혁명의 길 위에 서 있다. 어물쩍

거리다 뒤에서 달려오는 이들에게 밟혀 버리거나 앞서 가는 이들이 달리며 내는 먼지와 돌멩이들에

맞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법들을 고안해야 할 때이다.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농업 보다는 '꼭 필요한

작물을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스마트 농업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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