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 - 아침 3분, 데카르트와 함께 하루를 열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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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으로 알려진 근대 프랑스의 철학가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방법서설, 성찰과 정념론, 철학 원리등의 저서를 남겼는데 저자는 친절하게도 바쁜 현대인을 위해

43개 항목을 추려서 그것도 한 항목을 3분 정도를 투자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을 내어 놓았다. 사실

이 부분에 솔깃했다. 방법서설만 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몇번을 정독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 방대함과 난해함에 결국 포기했고 '그래, 이걸로 밥 벌어 먹을 것 아닌데'라는 자위로

아직까지 완독을 해 본적이 없는 책이다. 거기에 성찰과 정념론, 철학 원리까지. 내심 '이게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방법서설은 '양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배분된 것이다'로 시작한다. '양식'이란 프랑스어

' bon sens'를 번역한 것으로, 잘 판단하여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구별하는 능력, 즉 '분별'이나

'이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단어이다. 저자는 이를 '사람의 머리는 누구나 고만고만 하다'는 말로

정의한다. 사람은 필요에 의해 하기 싫은것도 하게 되고 하고 싶은것도 하지 않게 된다. 좋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좋게 사용하는 것이다. 모두가 고만고만

하다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사고하는 능력이고 이 능력은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인간이 인식하는 모든 상황은 같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좋지 않은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며,

다른부분을 연역하는데 필요한 순서를 지킨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것에도 결국은 도달할 수 있고

아무리 갖추어진 것이라 해도 발견할 수 있다.

'혁신(innovation)'은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비즈니스는 물론 문화나 생활에서도 혁신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낳는 모든 것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혁신에는 요령과 유연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상식과 다른 것을 만들어 내려면 요령을 찾고 우연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데카르트의 말처럼 착실하게 논리를 밟아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틀림없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유있게' 말이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를 찾을때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인식하기 쉬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목표이지 시작이 아니다. 출발 지점에서 우물거리고 있으면 기회를 놓친다. 빨리 출발해서

여유있게 착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데카르트식 혁신의 원리이다. 철학은 사고하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사고가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회의론자들의 터무니 없는 상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 진리가 견고하고 확실하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구하고 있던 철학의 제1원리로 이 진리를 주저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은 무엇이건 의심할 수 있지만 자신이 지금 이렇게 '의심하고 있다',

'사고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결코 의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데카르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사고에서

찾았다. 사고는 인간으로써의 특권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내가 판단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 뿐이다'고 말한다.

사유란 우리가 의식하는 한 우리의 내부에 탄생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앎, 의지, 표상하는 것뿐 아니라

감각하는 것도 사유에 해당한다. 아는 것과 의지를 갖는 것, 그리고 감각하는 것조차도 사고다. 우리가

신체 전체로 대상을 느끼는 이상, 온 몸을 사용해서 사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유 역시

인간의 특권이다.

이 책을 처음 들었을때의 기우는 책을 읽는 내내 흐려져 갔다. 결국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저자의

이야기가 수긍이 됐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핵심과 필요만을 요약해 놓은 이 책은 철학을 이해하고

데카르트라는 철학자를 이해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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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육을 위한 새로운 흐름 - 듀이와 교육사상
이케다 다이사쿠.짐 개리슨.래리 히크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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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대화에서 시작한다'. 마음을 연 대화가 없으면, 인간의 혼은 위축되고 성장은 멈춘다.

자유로운 '정신의 교류'가 없으면 사회는 경직되고 정체되어 버린다. 대화 속에 잔정한 가치 창조가

있다. 교육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 말이 갖는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이다. 가장 완벽한 의미에서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생명 존엄 사상을 가장

숭고한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다. 삶이라는 과정은 유기체를 통해 펼쳐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을

통해서도 펼쳐진다. 왜냐하면 양자는 실제로 하나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물은 서로 의존하고 연관되어 있다. 자신과 환경이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가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한다. 이 통합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늘 진화하고 변화하는 지극히 동적인 것이고

균형과 불균형 그리고 균형의 회복에 따른 통합이며 이것이 성장의 리듬이다. 특별히 듀이는 '차이를

인정하는 통합', 즉 '진화하는 동적인 통합'을 이야기한다. 듀이는 다종다양한 것의 통합이지 여러

차이점을 동일한 곳으로 환원하는 획일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듀이의 이러한 감성은 서로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서는 다른 문화적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가장 완전한 의미에서 '경험'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위 환경, 특히 인적 환경과 자유롭게

교류하여 사물을 있는 그대로 더욱 깊이 앎으로써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발전시키고 충족시키는

것이다. 올바른 행위로 가치를 창조하는 인생을 여는 것이 인간에게는 근본이다.

불법에 '앵매도리(櫻梅桃梨)'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벚꽃은 벚꽃, 복숭아꽃는 복숭아꽃, 자두꽃는

자두꽃의 모습 그대로 각각 개성을 발휘하며 열심히 앞다투어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밭을 만든다는

것이다. 벚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복숭아꽃이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각자

개성을 꽃 피우며 자기답게 힘껏 피워가면 된다. 개성을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과제에 도전하면 거기에

'각자의 승리'가 있다. 경쟁은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최고로 끌어내기 위한 경쟁이다.

듀이는 '우리는 경쟁으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고 각자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대화의 명수는 잘 듣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듀이는 이에 훌륭한

모범이 된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들으려 했다. 언어는 말하는 사람 뿐 아니라 듣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넓은 마음과 지적인 솔직함이다. 듀이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때는 상대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고, 공적인 토론을 벌일때는 대체로 대립적인 어조를 취하는

'대화의 개방성'을 가졌다. 이런 듀이의 매력은 일상의 현실적인 지혜에서 나오는 '상식'에 있었으며

자신의 이론에서 언급한 여러 미덕을 자기 인격 속에서 구현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철학을 스스로

실천하고 그 인격과 행동을 통해 현신하는 듀이는 진정한 인간 철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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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 혁명 시리즈
칼렙 에버레트 지음, 김수진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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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생존은 쉽지 않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문화 속에

이어져 온 지식이며 이 지식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언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끊임없이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행동양식을

배운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화적으로 구체화한 지식이 축적되는 곳은 공동체이지 구성원

개인이 아니다.

우리는 '사건이 경과한다'라거나, '흘러간다'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또한 시간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움직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시간은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우리 또한 시간을 통해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을 생각하는 방식은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실천의 문제이다. 인간이

시간을 수량화하고 경험하는 순간에 이미 숫자를 부여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시간은 우리의 경험과

별개로 실제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시와 분 그리고 초는 우리가 사는 아 세상과 정신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시 분 초와 같은 시간 단위는 사실 고대 수 체계의 산물이며 사라진 문명 속 언어의 흔적이다.

이 책에는 선사 시대 숫자, 뼈의 수열, 레봄보 뼈, 자라와라족의 셈법, 손의 동굴, 로지타스톤등의 다양한

수표 기법들이 등장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이들의 대부분은 인간의 편리와 유용성이 전제된다.

수를 표현하는 재미있는 방법들이 있다. 카리티아나어에서 11은 'myhint yj -piopy oot'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의 발가락 한 개를 가져라'라는 뜻이며, 20진법을 사용한 링컨 대통령은 연설에서 87년 전을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라고 사용했고, 맘부어의 경우 20보다 큰 수량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judo

ngburu reli'라는 표현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는 '한 명의 온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 사람의 손가락

10개와 발가락 10개를 의미한다. 수에 대한 개념이 정말 다양하다.

이 책은 끊임없이 '수'와 '숫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책장이 쉽게 넘어 가지 않는다. 흥미로

집어든 책이 공부를 하게 한다. '원숭이 수학'이라 명명되는 실험에서 숫자 기호를 학습한 붉은털

원숭이는 화면에 보여지는 1에서 9까지 숫자를 오름 차순으로 짚었고, 이 숫자로 수량을 가르킬 수도

있었고, 다람쥐 원숭이는 덧셈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 인간 영장류의 수학적 능력은 '거리효과'

(distance effect)와 '크기효과'(magnitude effect)에서도 드러난다.

전 세계 언어의 대부분(전부는 아니다) 존재하는 숫자 단어는 수량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숫자

단어와 계산에 익숙한 사람들만이 대부분 수량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으며 연산과 수학의 세계를

향한 문도 열수 있다. 숫자 단어는 인류의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우리의 인지 능력 뿐 어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해 왔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숫자의

발명을 이끈 원동력은 언어와 문화적 배경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관심을 가져왔고, 사용을 위해 특별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두 손의 생물학적 대칭이라는 점을 강조 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숫자와 셈은

인류의 이야기를 변화시켜 왔고 지금도 변화시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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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보이는 나를 만드는 법
티젠 오나란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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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히 '넘어지기, 일어나기, 다시 게속하기'를 신조로 가진 저자는 무엇이든 빠르고 쉽게

습득하려는 우리에게 자신은 실전 혹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하나씩 터득했음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남이 정해준 대로 살지 말것과 스스로 정하고 말해야 자기도 자신의 말을 신뢰 할 수

있음을 말하며 일단 결정하면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 진다고 방향성에 대한 충고를 한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포지셔닝한다.

온라인은 단지 우리가 가진 여러가지 도구상자 중 하나일 뿐이다. 온라인의 영역은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확장된 포지셔닝은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의 브랜딩이 된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분 때문에 퍼스널 브랜딩을 정할 때 경험이나 이력, 그동안 한 일 보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사람들이 맨 먼저 떠올리는 생각, 즉 평판을 중요시 한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에 무의식 적으로

인식되어 있는 나, 그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만의 고유한 특징은 타고난

재능은 무엇인가, 어떤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능력이 있는가, 무엇에 열정적인 관심을 쏟고 있는가의

질문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과 정치인의 연설은 묘한 공통점을 가진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인식 시키고, 타인으로

하여금 나의 생각에 동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반복'이다. 정치인들이

연설에서 매번 똑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것도 이 때문이다. 적어도 열한 번 이상 들어야 각인된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지하듯이 달라이 라마는 몇 년째 똑같은 주제, 똑 같은

내용으로 강연을 하지만 아무도 지루해 하지 않는다. 혹 반복이 지루해진다면 타겟 집단을 확대해야

할 때이든지, 다른 주제를 더 개발할 때이든지, 반복과 다양화를 통해 더욱 꺼리가 다양해질 때이다.

자신의 특별한 점을 찾을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세가지 있다. 별 어려움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말하는 타고난 재능과 이력서에 넣을 지금까지의 특별한 성과를 의미하는 능력, 다양한 사고

실험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뜻하는 관심사다. 하루 아침에 뚝딱하고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 능력이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능력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잘 파악하기 때문에 어떤 톤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가장 적절한지 쉽게 찾는다. 상대에게 공감한다는 것이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로 다른 사회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공감 능력은 이것을 가능케해준다.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류가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단 공감 능력은 얼마든지 배울 수도 퇴화 할 수도 있는 탄력적

능력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 한다. 아니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첫걸음이 중요하다. 일단 한발을

내딛으면 그 다음은 조금 수월하다. 이때 뒤에 남겨진 것에 너무 오래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일 뿐이다. 변화는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퍼스널 브랜딩은 결국 자신을 상대에게 충분히 각인시켜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다.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하는 중요한 열쇠다. 저자는 이 두가지가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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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과 21세기 - 영실평원의 독사들
김상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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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은 시점 자체가 승자의 시각과 승자의 편의에 의해

쓰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맹점은 기술상의 오류로 명백히 드러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역모와 의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다르게 표현하는 것만 봐도 역사가 얼마나 주관적 서술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책은 거칠고 규모가 크다'라는 표현을 써서 역사의 맹점을

말하며 '누구에게나 개방된 것처럼 보이는 고조선은 그 주변에 독사들이 엎드려 위장한, 가짜

평원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봉우리와 같다. 그곳은 아무나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조선 공부는 어렵거나 애매해서 읽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읽는다해도 극단적인 견해차가

난무하다. 우리 대부분은 고조선을 모르고 산다. 단지 그뿐으로 그렇다고 별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 끔찍한 공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 하는 저자는 한라산 영실코스

1500고지 쯤에서 만나는 '선작지왓'이라 불리는 완사면을 예로 들며 고조선에 대해 설명한다.

평탄하고 평화로운 대지처럼 보이나 이 평원은 잔디밭이 아니라 키가 작지만 가시가 달린 잡목으로

끝없이 덮여 있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낫과 괭이를 들고 목숨을 걸고 한 걸음씩

잡목을 헤치며 가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한 그 평원의 1km도 못가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찢어지고

긁힌 상처투성이로 굶어 죽어야 하는 곳이다. 고조선이 딱 그렇다. '고조선을 얼마나 아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른다'는 것이자 '앞으로도 영영 모를 것이다'이다. 고조선은 '죽음의 땅'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북경삼걸. 신채호, 이회영, 김창숙 삼인을 일컫는 말인데 사실 신채호를 제외하면 조금 생소하다.

그럼에도 1920년대 북경에서는 전설에 가까웠다. 이들은 정신과 행동과 풍모부터 남달랐고, 철저히

비타협적이며, 어느것에도 굴하지 않았고, 정도가 아니면 눈길 조차도 주지 않았으며, 어떤 고문도

그들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지성을 지녔으며 누구보다 온화하고 올바른

사람들이었지만 한 점의 오염이나 비굴도 용서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일설에 의하면 백범 김구가

유일하게 두려워했던 인물이 '김창숙'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독립 운동사의 오욕 속에서 기꺼이

그 오욕들과 함께 했으며 그러면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 오욕에 물들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고조선사의 기틀을 세우고 비조를 만든 이가 바로 서서 세수를 하고, 환영식의 답사를 일어나서

청중을 향한 형형한 눈빛으로 대신하고, 신문 기고로 고달픈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 중국인 신문

편집자가 어조사 한 글자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이유로 기고를 중단하고, '조선 사색 당쟁사'와

'육가야사' 만은 조선에서 내가 아니면 능히 정곡한 저작을 못할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폼생폼사'

북경삼걸의 일인인 신채호다.

저자는 신채호 이후 100여년에 걸친 피와 죽음의 고조선 연구사는 윤내현의 '고조선 연구'가 출간된

1994년에 대고조선의 완승으로 끝났다고 말한다. 역사가의 임무는 사실 자체를 밝히는 것과 그것을

해석하는 것이다. 사실 없는 해석 그것은 역사가 아니다. 물론 지금은 수많은 이유와 억압으로

그 진실이 지하속에 유폐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이 얽혀 있는 정치 경제 군사는 물론

독도와 동해 표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정치 외교적 문제임에도 말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눈 질끈

감고 애써 모른척 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도도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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