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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의 축복 - 하나님과 함께 걷는 믿음의 여정
진재혁 지음 / 두란노 / 2019년 2월
평점 :
몇 번의 떠남의 명령을 거부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사실 이 책이 부담스러웠다.
떠나지 않았기에 주어지는 것들과 떠났기에 받은 것들이 너무나도 극명하기에 이 책의
무게는 예전 나의 결정의 순간의 무게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떠남의 축복은 순종의 축복이다. 떠나라는 명령에 순종한 이에게 허락된 축복은 어찌보면
가장 성경적인 축복이다. 저자는 아브라함의 떠남을 통해 떠남과 순종을 이야기한다.
떠남의 축복은 우리에겐 철저하게 감추어진 하나님의 시각속에 들어있는 보물이다. 우리의
시각엔 도무지 축복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이며 아픔이며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편안함과
안주에 익숙한 우리에게 떠남은 모험이다. 그 모험을 내 시각과 내 생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는 망설임 없이 떠남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떠남은 믿음의 시험이다. 아브라함은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난다. 요즘 말로 가지고 있던
숫가락을 버리고 사서 고생을 시작하고 당연히 그의 앞길은 평탄치 않다. 때론 거짓말을 해야
할때도 있었고 때론 아들을 죽여야 할때도 있었으며 때론 죽음의 위기에 처할때도 있었지만
그는 그래도 그 길을 간다. 순종은 이런 것이다. 내게 주어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세상이 나를 향해 달려들고 흔들어도 그 길을 당당히 의심없이 걸어 내는 것 이것이 순종이다.
진재혁 목사님은 그랬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분명 '왜'인데 그의 시각은 철저한 '예'였다.
특별히 케냐 사역지에서 만난 '멜랍'이라는 자매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 보게 한다. 매주
토요일이면 교회에 와서 물걸레로 150여개의 의자를 하나씩 하나씩 닦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릴적
보았던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이 떠오른다. 토요일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회에 나와
마룻바닥이며 의자며 강대상이며 교회주변까지 깨끗이 청소하셨던 그분들 말이다. 지금은 다들
연로하셔서 거동도 어려우시지만 그 분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장과 화려함을 추구하느라 진정한 헌신의 의미를 잊어 버린 우리에게 그 가난한 자매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로의 여행이 아닌 현실속 우리를 향한 도전이고 외침이다. 우리 주님도 그렇게
하셨다. 주님은 단 한번도 당신이 하지 않은 일을 우리에게 하라고 하지 않으신다. 그런 그 분이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믿음이 작은 자여'
분명 떠남은 시작이다. 떠날 수 있기에 하나님의 계획이 진행되는 것이다. '시선'이라는 찬양의
가사처럼 '모든 시선을 주님께 드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느낄 때' 바로 그때 주님이 일하기
시작하신다. 떠남이라는 명령에 순종하여 일어날 때 이미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계획을 시작하시고
진행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에 비전은 먼저 주님이 보여 주신 그림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글은
살아 있는 간증이다. 가끔 신앙은 무모해 보인다. 특히나 믿지 않는 이들이 볼때 진짜 어이없으리
만치 무모하다. 그 무모함 가운데 믿음이 있기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무모한 믿음이 믿지
않는 이들이나 마음이 굳어버린 이들을 녹이고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 중 '기도의 범위가 내 성숙의 범위다'라는 부분은 새롭게 다가왔다.
의인 10명이 없어서 멸망할 소돔과 고모라의 상황 앞에 아브라함은 여전히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어떻게 하면 산사람이라고 더 살릴까 하고 전전긍긍한다. 이건 애쓰고 전전긍긍이라는
표현보다 '떼 쓴다'가 더 어울린다. 멸망시키겠다는 심판자 앞에서 '한번 더' '한번 더'를
요청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심판자가 받아 준다는 것이다. 결국 그 곳은 멸망당하였지만
아브라함을 통해 성도들을 대하는 목회자의 마음을 배웠고 여전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다.
이 책은 쉽고 편하다. 그리고 깊다. 읽는 이의 관점과 소양에 따라 분명 다가오는 메세지의 폭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순종이라는 부분을 놓고 혹은 떠남이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사역의 동기이며 구심점인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을 위해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걸어갈 진재혁 목사님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