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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멋진 남자 주인공이 많은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듯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은 뭍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아련한 미지의
대륙이다. 어린시절 몰래 숨어서 봤던 보봐리 부인의 '에마'의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모습이 그랬고, 빙점에서 '나쓰에'의 불륜에서 가장 달콤하다는 윗물만을
취하는 사랑의 방식이 그랬고, 제인 에어에서 만나는 '제인'의 자유분방함과 당당하게
사랑을 요구하는 열정이 그랬다. 그 시절 수없이 많은 여 주인공들을 연인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이 책에는 57권의 책과 그 보다 더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삶이 때론 구차해
보이기도 형편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의 무게를 견디며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간다. 때로 흔들리기도 하고 때론 균형을 잃어버려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하고 때론 무모하리만치 모든것을 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의 주인공이며 그 삶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아간다. 세상이 그들을 향해
매춘부라고 욕하고 상간녀라고 손가락질하고 살인자라고 멸시하여도 그들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살아간 그들의 인생을 우리는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고 그 삶을 배워가는
것이다.
특별히 '하워즈 앤드'의 두 딸 중 하나인 '마가렛'이 던지는 한마디는 그 의미가 크다. '나는
그 사람은 물론 어떤 남자든 아니 어떤 여자든 내 삶의 전부로 삼을 생각이 없어. 나는 그
사람을 절대 이해 할 수 없고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가득하니까' 그녀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나와 다른 사람과 마음이 통하려면 시간과
수많은 말과 곁을 내주는 용기와 충분한 티타임에 필요하다. 누군가를 완벽이 이해할수는
없지만 그나마라도 이해하려면 함께하는 시간들이 충분히 아주 충분히 필요하다. 이것을
놓치고 안하기에 실망하게 되고 대립과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용기와 시선과 말에 휘둘리지 않을 당당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 시대에
던진 마가렛의 한마디는 충격이고 도전이다.
책을 읽으며 재미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유래가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냉정하고 침착하며 유일하게 에이해브 선장을 이해하는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듬직하며 반듯한 이미지의 그의 이름을 따서
상호를 지었다니 한편 반갑기도 하고 그 이름을 지은 이의 식견이 부럽기도 하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들은 우리의 인생과 같이 걸어 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동반자들이다. 삶에서 한 명의 친구를 만나는것이 중요하듯 책을 통해 만나게 될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