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인생'
좋은 말이다. 인생은 살아도 살아도 부족하고 모자라고 어리숙하다. 조금 삶을 살아서
이제 좀 수월하겠지 싶으면 인생은 또 저만큼 앞서 가 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평행선
마냥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긴 하는데 마치 신기루 같다.
톨스토이는 그런 인생을 향해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철학적 고민과 함께 그 답을 던지며
살아갔고 그렇게 산 그의 마지막 말은 '진리를....나는....사랑한다...'이다.
'항상 하루치 얼마를 팔고 있지요'
해가 뜨면 일어나고 배가 고프면 아침을 먹고 다시 배가 고프면 점심과 저녁을 챙겨 먹고
밤 깊어 잠자리에 들었던 자연의 시간과 삶은 시간을 측정하는 것들의 등장으로 벽에 걸려
버렸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등장하는 빠흠은 그냥 우리다. '하루치'라는
땅을 얻기 위해 탐욕의 길을 걷고 도무지 만족을 모르다 그들의 발치 아래에서 죽어가는
빠흠처럼 우리도 만족을 모른채 '조금 더'를 위해 죽음의 계곡을 헤맨다. 이 우화 속 주인공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만 이 글을 쓴 톨스토이는 이때 어느 누구도 땅을 소유할
권리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음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묘하게도 이런 톨스토이에겐 '걷기'라는 친구가 있다. 그의 걷기는 예순이라는 노구를 이끌고
모스크바에서 자신의 영지가 있는 야스나야 폴랴나까지 닷새 동안을 걸어서 이동했다는
자료를 통해 그가 생전에 얼마나 걷기를 즐겼는데 잘 알 수 있다. 기차나 마차 같은 이동 수단이
있음에도 걷고 싶어서 그 길을 선택한 그는 '걷기 예찬'의 작가 다비드 르 브루통이 말한것처럼
그에게 걷기는 길 위에 놓인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도서관이며 일상과의 만남의
방법이기도 했다. 걷기가 좋은 명상 법이기도 하지만 걸으며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보물을 발견하고 누리는 그만의 사치인것이다.
그는 책을 무턱대고 많이 읽는 것은 두뇌를 산만하게 만들기 때문에 먼저 좋은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독서가 없는 경험은 산만하며 흩어지기 쉽고 경험이 따르지 않는 독서는 핏기없이
창백한 것이기에 독서와 경험은 조화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적당히' 말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적당히'라는 완성형을 이루기 위해
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 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낫다.'
톨스토이는 생전에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지위를 누린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존경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삶이 당당했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움직이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 갔기에 수 많은 이들이 그를 칭송하며 따르는 것이다. 로맹 롤랑의 글처럼 그는
순수의 빛이었고 위안의 별이었고 청년들의 정신을 사로잡고 위로해준 스승이었다. 그리고 이런
그를 향한 최고의 찬사는 이것이다.
"당신과 같은 시대에 살아서 행복했습니다."(이반 루드게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