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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3 - 일본 개항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3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이 때를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면 그야말로 난세의 영웅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만고의 역적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쇄국정책을
펴던 일본 역시 개국 쓰나미를 맞게 되는데 서구 열강의 물밀듯이 밀려오는
새로움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 그동안 소유했던 집단의 권력 소멸에 대한 위기감과
권력에 대한 집착때문에 더욱 강한 저항을 해보지만 이보다 앞서는 시대적 열망과
변화의 흐름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변혁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개항파와 항쟁파는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는데 이보다 주목할것은
막부 이후 권력이 집중 되었던 막번 체제의 균열과 쇼군 후계 구도를 둘러싼 암투와
파벌 갈등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려 변혁의 물결을 재촉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두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1853년형 강선 머스킷 이라는 라이플의 변천사다. 부싯돌을 사용하던 플린트락
격발 방식의 불편함과 오류를 수정한 퍼커션 캡 형식의 라이플을 개발하는데 이때
사용된 총선의 모양이 강선형이다. 사거리의 확대는 물론 정확도까지 높인 이 라이플은
향후 일본의 한국 정벌과 대륙 침략의 선봉이 되기도 한다.
또 하나는 세계의 흐름과 변화 그리고 쇠퇴하는 일본을 인식하기 시작한 젊은 사무라이들에
의해 싹을 틔운 국학과 중국으로 부터 흘러 들어온 당시 대세였던 유학은 막부 말기
사무라이들이 신봉하는 이념체계가 되었고 이는 향후 자신들의 역사를 하나로 엮는 일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여년 동안 미토번에서 제작 중이었던
'대일본사'는 허점투성이인 당시 정권의 정통성과 통일된 국민의 일체감 조성에 일조하게
되는데 이를 '미토학'이라 부른다. 이 미토학의 핵심은 '존왕양이' 즉, 임금을 잘 받들고
오랑캐를 몰아내자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 같은 이 주장은 그들 나름의 포기
할 수 없는 가치와 존재감을 입증하고 자신들의 존재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사무라이 다운 선택이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우리보다 빨리 개항을 하고 서구의 문물을 받아 들인 일본은 섬나라
칼잡이에서 대륙 정복의 대망을 품은 진짜 사무라이들이 되어 동아시아를 집어 삼킬
준비를 하게 된다. '머물것인가, 변할 것인가' 의 선택의 기로에서 자의든 타의든 변화를
선택한 그들은 분명 옳았고 그들은 어쨌든 동아시아 전체를 집어삼켰던 거대 공룡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만화로 되어 있고 문체가 지극히 요즘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어투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녹녹치 않다. 나에게는 격변의 시기를 쉽게 이해하고 정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