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엄청난 결과로 만들어 내는 힘'
한때 뇌 개발이라든지 브레인스토밍이 열풍처럼 불었던 시절이 있다. 그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잠자는 뇌를 깨우라'와 '좌뇌'라는 소리였는데 저자의 글에서 그 단어들을 만난다. 인간은 자신의
뇌용량의 채 30%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론에서 출발한 이 말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저자는 모두가 스쳐지나가고 놓쳐버린 그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는 기발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며 어떻게하면 순간순간 번뜩이는 것들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인 모드'와 '자기 모드'
책 속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비교다. 타인에게서 얻은 정보에 반응하는데 익숙한 우리는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도 우리 뇌의 대부분이 줄곧 '타인 모드' 상태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다는
'어떻게하면 상대방이 만족할까?'에 몰두하며 주변의 기대 혹은 만족을 위해 매진한다. 정작 '자기 모드'의
스위치를 꺼 놓았다는 사실조차도 인식 못하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생각을 해내거나 집요하게 궁리하고 탐구하는 힘도 약해진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막연하고 답답한 증상을 동반하는 여러 질병들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저자는 테슬라는 CEO 일론 머스크의 '2035년까지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선언을
기반으로 데이터나 논리에 근거해 타깃시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거기에 자본을 투입하는 기존의
사업방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전략은 현장에서 창조되고 발생한다는 헨리 민츠버그의 생각에서
출발한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을 주장한다. 이는 정해진 답이 지배하는 세상에 던지는
'역발상'이다. 다보스 포럼은 지금의 세상을 'VUCA 월드(변동 Volatility, 불확실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애매성 Ambiguity)'라고 부른다. 지금 우리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자욱한 안개로 덮힌
세상을 마주한다. 그만큼 세상은 전보다 더 불확실하며 애매해져 버린 '정답없는 시대'이다. 정답이 없는
시대라는 것은 정답을 찾을 수 없게 됐다는 뜻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정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애초에 정답 같은건 없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에겐 '구멍'(새로운 시도, 도전)에 뛰어들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구멍' 안에는 어떤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밖에서 아무리 안을 들여다 보려해도 보이지 않고 혹 보이더라도 일부에
불과하다. 뛰어들어봐야 실패든 성공이든 할 수 있고 제대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에 친절하게 지상에서
연결된 구멍 속 세계에 대해 삽화로 소개하는데 여기에서도 구멍 아래는 보이지 않는다. 불확실한것은
지상도 마찬가지다. 어짜리 불확실하다면 뛰어들 용기를 내 보는것도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노트를 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거기에 무언가 쓰고 채워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바쁜 우리에게 '공간적 여백'을 확보하는 것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시간적 여백'을 확보하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시간적 여백은 의지이다. 시간이 나길 기다려서는 절대로 여백이 생기지
않는다. 의지로 그 시간을 비워야 하는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시간단위, 하루단위, 주단위,
중장기단위의 여백을 통해 철저한 '자기 모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와 마주하는 그 시간이 결국 나를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오늘의 스케줄은 '아무것도 안하기'이다.
처음 이 책에 쉽게 접근했다. 일반적인 인문학 책 정도로 생각하며 쉽게 들어섰지만 한 학기 이상을 이 책으로
강의를 해도 될 만큼 깊이가 있다. 그중에서 나는 '청개구리' 스위치에 해당하는 '당연한것 뒤집어 생각하기'에
마음이 끌렸다. '음,,,이건 아닌가, 어떡하지'의 망설임을 넘어서 순간적이고 적극적인 반응과 행동을 요구하는
이 스위치는 제도화되고 획일화에 가득찬 나의 이성에 심각한 도전을 가져왔다. '뒤집기' '역발상' '혁신'. 어떤
단어로 표현해도 좋지만 나는 '청개구리' 아마도 원문엔 'アオガエル(青蛙)' 라고 되어 있을 이 단어가 마음에
든다. 나도 한땐 청개구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