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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ㅣ 테마로 읽는 역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역사는 진실이다. 아니다. 역사는 허구다. 어느것이 맞고 틀리다 말할수는 없지만 분명한것은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여진 승전록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역사는 순수하지 않다. 승자의 입맛에 맞게
변질되었고 역사를 기록하는 이의 생각이 가미되어 허위와 날조가 빈번하며 때로는 은폐되고
각색되었다. 이 책은 그런 역사의 민낯을 공개한다.
첫 장부터 파격적이다. 어릴적 위인전에 반드시 등장하던 프랑스를 구한 영웅 '쟌 다르크'의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진진한 히어로물인데 이것에 대해 애국심을 고취할 인물이 절실히 필요했던 19세기
프랑스에서 창작된 내용이라고 말한다. '오를레앙의 해방자'라고 칭송받는 그녀이지만 사실 오를레앙은
포위전을 겪은 적이 없고, 그녀가 들었다는 신의 음성이 불확실하며, 문맹의 19세 소녀가 당시 최고의
법률가들과 신학자들을 조롱하듯이 각 항목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점, 남성의 옷을 입어
화형당했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오를레앙 전투의 복무'에 대한 대가로 210리브르를 지급했다는 문서들을
근거로 그녀는 화형 당하지 않고 살아있었다 라고 주장하며 그녀의 순교는 잉글랜드를 향한 증오심을
표현하기 위해 조작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그럼 우리가 알던 그 '쟌 다르크'는.
충격은 계속된다. '동방견문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는 중국에 가보지 않았고 단지
소문으로 글을 썼다는 대목에선 '설마?'라는 의문이 툭 튀어나왔지만 하나하나 밝혀내는 사실들은 기존에
가졌던 상식 대부분을 파괴한다. 중국에서 17년을 머물렀음에도 당대 칸의 영토에서 사용하던 언어에 전혀
친숙하지 못하며, 도자기 제조와 목판술(당시 유럽에서 사용하기 한참 전임에도)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지명이 틀린점, 중국인들이 죽간에 글을 새기던 시절부터 발전해온 서예와 중국인들 특유의 요리법에
대해(중국인들의 주식인 면 요리와 다진 고기를 소로 넣은 작은 만두가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라비올리와
거의 흡사한 점)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차를 준비하고 대접하던 다도 문화가 성행했고 심지어
자신이 칸의 관리였다고 하면서 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 그가 통치했다고 주장하는 양저우시
북쪽까지 이어진 만리장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심지어 자신이 그 길을 통과해야 하는
여정임에도)등을 들어 마르코 폴로는 흑해보다 더 멀리 나간적이 없으며 흑해 근해에서 동방국들을
상대로 돈을 벌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쓴것이라 말하며 당시 교황청이 사망자 재산의 1%를 거둘 권한이
있어서 기록한 재산 목록에 그와 중국을 연관시켜줄만한 물건이 단 하나도 없었음을 들어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허구라고 말한다. 그럼 우린 무얼 배운걸까.
그뿐인가. 이 책에는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로빈후드의 진위, 스톤헤드의 지붕 유무, 켈커타의 블랙홀등
28가지의 미스터리들이 등장하는데 그 하나하나가 충격적이고 반전들이다. 어디서, 왜, 누구에 의해서
이러한 가짜들이 만들어졌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장이다. 저자는
혹시라도 편파적인 출처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어떤 사건의 날자와 정보들을 고려해 교차점검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게 되는 물음표는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이미
굳어진 나의 사고 체계의 한계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