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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식사전
박진환 지음 / 한국외식정보 / 2018년 7월
평점 :
당신이 먹은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고 말하는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주장처럼 우리는 1년에 1095끼, 평생 자신의
몸무게의 1600배를 먹고 사는데 여기에는 취향 종교 가치관 사회적 정체성
섹스습관 야망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나타난다. 이렇듯 먹는것은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각의 원천은 마음에 있고 음식은 기억의 맛이다. 그래서 몸이 아프거나 심신이
지쳐있을때 가장 생각나는 것이 엄마표 밥상이다. 분명 특별히 뛰어난 솜씨를
가지거나 엄청나게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기억은 그 밥상을
받으면 힘이 나고 생각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밥상 그 자체로 이미
사랑이다. 아마도 자식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고 애정과 정성이 담긴 음식이기에
그럴것이다.
누구나 기억이 존재하고 어린시절의 기억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엄마의
젖 냄새와 음식 냄새인데 엄마의 젖 냄새는 너무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 조금은
희미할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 맛보아 기억하는 맛있었던 음식의 맛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 어렸을 때 해외로 입양된 스미스가 언급하는 '고소하고 졸깃졸깃한
쌀'과 같이 구체적으로 기억된다. 뿐만인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이
예전에 먹었던 맛의 기억을 떠올려 그것을 먹음으로 대체 보상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중세 수도원에서 아침 미사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하루에 한번씩
먹었는데 이때 등장한 단어가 밤새 먹지 못했던걸 드디어 먹는다(break the nights fast)는
뜻의 Breakfast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마음의 점만 찍는다는 점심의 유래도,
오페라의 거장 로시니가 가장 사랑했던 식재료인 송로버섯이 떡갈나무 숲에서 자라는데
육안으로는 돌맹인지 흙인지 구별 할 수 없어 후각이 발달한 개와 돼지를 훈련시켜
채취하고 로시니가 송로버섯을 채취하는 돼지를 키우기 위해 작곡을 그만두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재료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삶의 속도가 빨라 질수록 모든 면에서 경쟁도 치열해진다. 이런 흐름이 물질의 풍요는
가져다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빼앗아버렸다. 음식과 함께하면
소통이 더 쉽게 이루어지는 음식문화의 시대에 살면서 빼앗긴 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정성이 가득하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잘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