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뿐이었을까. 오랜 세월 제주 사람들은 풍찬노숙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20세기에 들며 '삼다도'라는 레토릭을 시작으로 '동양의 하와이', '이어도'등의 낭만적인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정작 제주 사람은 누구도 자신들의 섬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가뭄, 홍수, 태풍이 잦은 기후 환경을 탓하며 세가지 재앙이 끊이지 않는 '삼재도(三災島)' 라고 한탄하기 일쑤였다. 중앙정부와 뭍사람들로부터 갖은 수탈과 차별을 받는 섬이라 봉건시대에는 멀리 떨어진 최악의 섬이라는 뜻의 '원악도(遠惡島)'로 불리기도 했다. P. 57 광치기 해변
책을 펼치면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사진과 풍경들이 평화롭기만 하다. 그러나 그안에 얽힌 역사와 스토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니다.책을 펼치면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사진과 풍경들이 평화롭기만 하다. 그러나 그 안에 얽힌 역사와 스토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니다. 7년 7개월간 제주에 몰아쳤던 4.3의 피바람은 아직도 제주 곳곳에 슬픈 흔적으로 남아있다. 섬이라서 고립된 환경으로 더욱 처참하고 궁지에 몰려야 했을 마을 주민들을 떠올리면 끔찍하고 서글프다. 그들의 이야기를 비롯 제주 역사의 어두운 장면들은 수많은 신화와 함께 설화처럼 등장한다.
나이 많은 해녀들은 추억한다. 배를 타고 가는 뱃물질이 여의치 않던 옛날, 일출봉 밑자락의 위험천만한 벼랑길을 타고 넘으며 '성산굴'을 지나 '선바르'를 굽이 돈 뒤에야 새끼 청산이 보이는 일출봉 끝자락에 다다랐다. 물질을 마친 뒤 채취한 해산물로 묵직해진 망사리를 메고 다시 벼랑길을 타야만 했으니 정말 혀를 내두를 일이다. P.45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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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가 있었다....
섬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란 인생이기에 그것이 운명이라는 걸 미처 깨닫기도 전에 소녀는 잠수가 되었다. 누군가는 해녀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잠녀라 부르는, 바다가 된 수많은 소녀들은 밀물져오는 파도에 몸을 싣고 하도리 바당(바다의 제주 사투리) 긴 해안선을 굽이굽이 감돌아들며 숨비소리를 새겼다. 길다 못해 아득하다는 하도리 바다에는 그들의 숨비소리와 철썩이는 바다의 노래가 애수로 흐른다. P.139 숨비소리길
눈으로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다.
제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읽는 동안 여러번 먹먹해졌다.
고작 제주 동쪽이 이럴진대 섬 전체는 어쩔 것이며 또 한반도 전체는 어떨것인가.
역사는 되풀이 된다.
기억하고 교훈을 얻지 않는 다면, 잊어버리고 현재의 삶 속에서만 버둥거린다면, 슬픈 역사는 언제고 되풀이 되리라.
이 책은 단순 여행서나 기행서와는 달리 우리가 잊고 지낸 아픈 이야기들도 끄집어낸다. 그리고 기억해주기를 부탁한다. 읽으면서 이런 책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서들은 내용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귀퉁이에서 먼지 앉은 채 외면당하기 쉽상이다.
나또한 앞으로도 제주행 비행기를 종종 타겠지만, 그리고 또 여행을 이어나가겠지만, 이제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그 섬을 딛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천천히 섬을 다시 보게 될 듯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뤼치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