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성격 때문에 사는 게 피곤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 또는 그렇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읽는 우리들이다. 어떤 사람은 온갖 것에 무심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온몸으로 세상을 향해 촉수를 세운다. 이것은 타고난 것이고 기질에 관한 문제이다.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고 옳고 그르다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서로의 성격과 기질이 다르다의 문제이다.
내 부모님은 다정하고 아주 좋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인간이라서 화를 낼 때도 있습니다. 엄마가 짜증을 내면 저는 엄마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느끼고 덩달아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엄마의 심기가 불편한 날 저녁 준비를 할 때면 내 방에 있어도 도마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리곤 했습니다.
어느 날 가족회의에서 '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면 바로 알 수 있어서 그 도마 소리가 싫어'라고 부모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앗?' 하고 마주 보더니 '도마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우리 집이 목조라서 그래'라고 말했습니다.(일본집)
'아니야, 목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저는 어린 시절부터 어물어물 엄마의 기색을 살폈습니다. 도마 소리로 엄마의 기분을 느꼈다고 말하려 했으나 엄마와 아빠는 의아해하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왜 말이 통하지 않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P.87
부모님도 나를 이해 못 할 수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자의 부모님도 '너를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면서 대화는 부드럽게 흐르지 못했고 그 경험은 두고두고 저자를 힘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