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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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19세기 말 일본의 젊은 청년 ‘유코’. 그는 일본 특유의 단시인 ‘하이쿠’를 연마하는 청년이다. 유코는 겨울에만 77편의 하이쿠를 쓰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겨울 산에 들어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편 의 하이쿠를 완성해야만 하산하던 그가 시의 완벽을 위해 시인이자 화가인 소세키 선생을 찾아간다.

화가라고 소개받았던 소세키 선생이 아이러니하게도 장님이었고 유코에게 눈을 감고 떠오른 이미지를 설명하라 한다. 유코가 소세키 선생을 찾아올 때 넘었던 설산에서 만난 ‘얼음 속 외국 여인’은 알고 보니 소세키 선생이 그리워하던 젊은 날의 부인이었고 그 여인을 사랑했지만 떠나보내기로 한다.


이 소설은 참 독특하다.
프랑스 작가가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문학인 하이쿠에 관한 작품을 썼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작품은 시 같은 소설이다. 문장 자체가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고 작품의 내용도 길지 않다.

총 3장으로 나누어진 작품이며 1장은 유코가 하이쿠를 연마하는 과정, 2장은 소세키 선생을 찾아가는 것, 3장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후이다.

특히 1장과 2장은 정말 기묘했다.
1장에서 승려인 아버지는 유코와 ‘시’에 관한 대립을 하며 유코가 눈(雪)만을 보며 시를 쓰는 것을 못마땅해 하지만 누구보다 유코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들과 대립했지만 결국 아들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모습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2장에선 장님인 소세키 선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도 이전엔 세상을 볼 수 있었기에 나무가 초록색이고 하늘이 파랗다는 건 알 수 있다. 그러나 유코의 정확한 대답이 틀렸다고, 색을 제대로 입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마 눈으로 보는 것 말고 온몸으로 느낀 감각을 보길 원한 것 같다. 유코가 눈을 감고 눈의 흰빛이 보인다고 표현했을 때 주위의 온도와 시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바탕으로 느낀 것을 말한 느낌이라…)


작품은 정말 추상적이다. 간결한 문장과 추상적 표현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게 했고 오롯이 독자의 해설로 읽을 수 밖에 없게 했다.
그게 작가가 의도한 것인가? 작품 자체를 독자가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읽다 보면 소세키 선생은 ‘쓰기’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해 준다.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시 쓰기라는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일세. 삶의 매 순간을 꿈의 높이에서 사는 일, 상상의 줄에서 한순간도 내려오지 않는 일일세. 그런 언어의 곡예사가 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세.˝
나는 이 문장이 결코 ‘글쓰기’에 한해서만 해석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정신적, 육체적 활동으로 확대했다. 이 모든 활동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고, 모두 힘들게 생각한다고, 그래서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


<작가의 말>이나 <작품 해설>을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에 실린 <역자의 말>까지 추상적이라 이 작품은 내게 추상적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색채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 해당 작품은 ‘눈’의 흰색으로 시작했지만 무지개색으로 끝났다. 여전히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내 나름대로 얻어 가는 것은 분명히 있다.
길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어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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