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는 자기 여동생을 사랑하는데 여동생은 죽었어.”혹독했던 <스텔라 마리스>를 뚫고 드디어 <패신저>에 도착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인양 잠수부 보비가 바닷속으로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한 다수의 시체와 어느날 갑자기 의문의 남성들이 찾아와 그 비행기에서 시체 한구가 사라졌다고 언급하는 과정까지 흥미로웠던 책의 뒷표지 내용처럼 흘러가는구나 했는데 아니나다를까…<스텔라 마리스>가 좀 풀어진 버전이다. 책 페이지는 700페이지가 넘는데 페이지 대부분이 역시나 대화다. 비행기 미스터리라는 떡밥을 회수해주셔야져…의문의 남성들은 왜 보비를 쫓아오는지 끝끝내 밝혀짖 않았고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보비가 그녀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 부분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못해서 답답했다.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의 심리와 감정을 깊게 읽는 것 보단 보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이야기였던 그런 느낌?어렵다. 참으로. 중간에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비행기 추락의 결말이 궁금했는데 그것도 없었고. 애초에 이럴거면 난 차라리 본격 미스터리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하나의 장르다.얼마전 읽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아픔을 읽었다.2016년 출간한 <세컨드핸드 타임>의 개정판인 이번 작품은 전쟁이 끝난 후의 삶을 사는 러시아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구 소련을 맹신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2부는 구 소련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니다.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듣기까지 이 많은 사람들을 몇 번이나 더 만나고 관계를 쌓았을까. 그리고 그 많은 노력과 시간들. 저자가 새삼 정말 대단하다고 또 한번 느낀다.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음에도 구 소련의 정치방법과 공산정권, 배급받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좀 충격이었다. 평생응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온 나는 형평성이 없는 배급방법이 답답한데 이 나라 사람들은 뭐지..?최근 유튜브로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엄청 많이 봤는데 북한사람들은 태어날때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아사 다른 세상은 모른다고… 그래도 러시아는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이런건가 싶었다. 우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김정희 정권을 그리워하고 찬양하듯 러시아 일부 국민들도 같은 마음인건가 싶다.“우리 나라는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사회주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랍니다…….”제일 이해하기 쉽고 와 닿는 표현이었다. 특히 여전히 전쟁중인 러시아를 보면서 과거의 아픔으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지..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파괴적이고 상처인지…
사포엔치라는 치명적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종의 수명이 4년으로 줄어든 호모 콰트로스가 등장한다. 수명이 줄어드니 당연히 성장 속도는 폭발적이다. 강력한 치유력은 물론 2개월의 임신기간, 생후 6개월이면 학교를 가고 1년이면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수명이 4년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에서 마음이 뺏겼고 강렬한 표지도 한 몫했다.[내전편]에 걸맞게 호모 콰트로스들 사이의 정치적 문제가 주를 이루는데 4년이라는 수명이 문제이다. 너무 짧은 수명이 일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수명을 6년으로 늘리려는 정치적 전쟁을 다룬다.치밀한 심리싸움과 두뇌공방 그리고 배신. 이런점들이 현실에 빗대어 전혀 문제없이 일치했고 그럼에도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는 점도 같다.수명이 줄지 않는 암, AI와 공생, 줄어든 수명과 폭발적인 성장속도 등 다양한 시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다. 마지막 저자의 말을 보면 한 번뿐인 기회라 생각하고 이런 설정을 순서대로 쓰지 않고 인상적인 스토리를 썼다고 하셨는데 그 이전 설정 ,‘사포엔치’의 출현이라던가 이 사건 이후의 삶들도 궁금하다.
오로라라는 한 마을에서 1970년대에 15살 놀라라는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33년이 지난 현재 대학교수이자 유명한 작가인 해리 쿼버트의 정원에서 놀라의 유골이 발견되며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쓴 작품이다.당연히 해리 쿼버트가 범인으로 몰렸고 해리의 제자이자 책의 주인공이며 유명한 작가로 등장하는 마커스 콜드먼은 해리의 무죄를 믿고 사건을 파헤친다. 마커스와 형사가 협력하여 조사하다보니 놀라에게 일어났던 충격적인 일들과 결국 범인은 해리가 아닌 다른 사람임이 밝혀졌다.이게 1권에서 나온 내용인데 2권이 남았으니 당연히 반전이 있을 것이고 누명을 벗은 해리의 태도가 비관적이라 사실 범인은 해리라고 믿었다. 역시 반전은 있었고 과연 해리가 범인일까?? 😁사건의 마지막에 결정적인 반전이 있었는데 그 반전을 보고도 변하지 않는 마커스의 신뢰가 의외였던 기억도 난다.생각보다 많은 사건들이 얽혀있는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차례차례 정리하며 진행되다보니 마무리도 깔끔했다. 사실 처음 70페이지 정도까지는 읽는 속도가 안 붙어서 힘들었는데 읽는 속도가 붙으니 멈출 수 없었고 추리 소설의 정석을 보여주는 떡밥들과 수거능력까지…! 책 표지에 소개됬듯 작가님 능력이 대단한듯..!
와.. 몇 번을 포기하고 싶었는지.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패신저> 때문이다.<스텔라 마리스>와 <패신저>는 같이 나온 자매 작품으로 <스텔라 마리스>는 여자 동생 얼리샤와 정신 병동 의사가 나눈 대화형식의 작품이고 <패신저>는 오빠 보비의 이야기를 다룬다.상대적으로 얇은 <스텔라 마리스> 먼저 읽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줄이야… 🥲알리샤와 보비는 ‘맨허튼 프로젝트’에 참석한 과학자를 아버지로 둔 두 남매이며 얼리샤는 천재적인 듀뇌를 타고났다. 어린 나이에 수학의 이치를 깨우치고 대학으로 월반하고 거기서도 짧은 기간내에 대학을 졸업한 천재! 얼리샤는 수학에 빠져버렸으니 이 책의 대부분이 수학얘기다. 암에 걸린 아버지의 이야기, 혼수상태에 빠진 오빠의 이야기는 그녀가 꺼려하는 주제이지만 약간이라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그녀가 오빠에게 느끼는 감정이란… 망상인지 환각인지 어떤 인물들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그녀가 정신병원에 있을 이유는 충분하지만 수학에 대한 그녀의 진심은 정신적 질병을 앓고있다고 믿기 어려웠다.정말 독특한 점은 작품 전체가 얼리샤와 의사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점이라는 것! 7번의 상담 형식을 통해 얼리샤의 전반적인 인생을 읽을 수 있었는데 제한된 장소에서 똑같은 등장인물만 나와서 그런지 다소 지루했다.그래도 끝까지 읽은 이유는 <패신저> 때문인데 혹시나 연관되어 있을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