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푸르셰 지음, 김주경 옮김 / 비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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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당신을 원해요.
너는 혼자 웃는다. 오랜 세월 쌓은 품위와 관습, 원칙, 규범, 지혜, 신중, 성찰, 여유, 존중, 재치, 정절•••··• 이 모든 걸 단 하나의 문장에 불태워버리다니.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린 까닭에, 너에겐 그렇게 얻은 이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할 단어 하나 남지 않았다.”



가정이 있는 교수 로르가 곧 열릴 심포지움의 발언자로 초청할 클레망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강렬한 성적 자극을 느끼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이야기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금기된 사랑을 암시하는 것을 전달한다.

이 책은 로르와 클레망의 시점이 교차되며 각자의 입장을 읽을 수 있으면서 더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또 각자에게서 놓쳤던 감정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를 원하는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현실적인 부분이 서로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불같이 사랑하다 불처럼 사랑이 꺼져버린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사랑의 결말을 눈치 챌 것이다. 로르와 클레망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이게 과연 사랑인가? 이런 만남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이 책에 두 주인공은 정반대되는 성격이다.
굉장히 적극적인 로르에 비해 소극적인 클레망의 자세가 읽는내내 답답했다. 연락도 없고 답장도 없고 만남도 피하는 클레망이 로르는 대체 왜 좋단 말인가… 이런 남자에게 빠져서 가정과 아이들을 소홀히 하는 로르가 한심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여성을 한사코 뿌리치는 클레망도 한심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나지만 남자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았다.
작품으로 나왔으니 각자 입장을 읽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로르의 남편 입장도 있었다면 이건 그냥 파멸이다. 불륜은 잘못된 사랑이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속을 뻥 뚫어주는 속시원한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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