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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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는 누구인가?

 

내가 슈테판 츠바이크를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다.

 

맨 앞 부분에 이 작가 이름이 나오고 동상이 나온다. 그 이후 영화에서 언급도 없다.

뜬금없이 이 작가는 왜 등장했는지 궁금했다. 마치, 아주 예전에 온 길가에 붙여놓은 "선영아 사랑해."문구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의 마지막이다.

그는 유럽에서 과감한 글을 써오다 결국 브라질로 망명한다. 자신 의견이 들어서질 않고 계속 세계는 어둠으로 들어가 나올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젊고 예쁜 아내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고 보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나온 지배인이 이 작가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쓴 글은 ""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올리기 보다 타인을 옹호하고 도와주는 사람. 약한 자를 크게 만드는데 탁월한 문필 능력을 자랑한다. 그가 쓴 책 대부분은 100년 이상을 견뎌낸 고전이 되었다. 그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정신은 아직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저 영화를 본다면 예전보다 좀 더 강렬한 감동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칼뱅을 비판하다.

 

칼뱅과 세르베투스, 그리고 카스텔리오

역사는 승자들이 쓴 새로운 '소설'이다.

칼뱅은 자신이 주장한 신교를 만들어 성공시켰다구 가톨릭에게 칼뱅은 이단이었다. 그렇지만 역사는 칼뱅에게 "위인'이라는 말을 붙인다. 그가 역사에서 승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에니어그램 1유형으로서 자신이 가진 이상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카리스마와 올곧은 정신은 많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자유와 권위 사이에서 언제나 되풀이되는 이 불가피한 결정은 어떤 민족, 어떤 시대, 어떤 사람에게도 면제되지 않는다.

 

 

내 생각은 그렇다. 인간이란 항상 완벽할 수 없다완벽을 꿈꾸는 칼뱅이란 사람에게 과연 "흠 없음"이 가능할까? 하나님은 그에게 한 가지 '실험'을 주신 것 같다. 사람을 구하는 의사였던 '세르베투스'는 다른 사람 영혼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을 읽다가 그런 영감을 받았나 보다.

"악마는 하나님의 본체의 일부"란 의견을 제시한다. 이에 칼뱅은 "마녀"를 화형에 처했던 당시 엄격한 가톨릭 사회에 그를 '이단'이라고 신고하며 세르반투스를 밀고해 카톨릭 감옥에 넣게 만든다.

 

당시 카톨릭도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고인 물을 빼고 새로운 사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기에 세르반투스 언행과 그가 출간한 책에 대해 엄한 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결국 세르반투스는 감옥에서 쉽게 빠져나온다. 많은 일을 겪고 결국 칼뱅은 자신이 가진 권위를 지키기 위해 세르반투스를 화형 하라는 판결을 스스로 내린다. 자신이 혐오해 마지않은 일을 자신이 직접 행한 것이다. 마지막 세르반투스 절규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하나님께 했던 절규와 같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제나 자기 시대를 잘 모르는 사람은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이다.

이 시기에 용감한 사람이 세르반투스를 옹호한다. 그가 바로 카스텔리오다. 역시 칼뱅이라는 권력자에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명으로 글을 쓴다. 무명이었지만 이 글을 쓴 자가 누구인지 칼뱅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칼뱅이 "기독교강요"란 책을 냈을 때 카스텔리오가 자신 책에 대한 출판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당시 카스텔리오 책은 흠 없고 우아하고 훌륭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칼뱅은 감정적으로 변한다주변에 카스텔리오 책에 대해 폄하하고 비판하며 깔본다. 결국 카스텔리오는 출판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잃고 평생을 궁핍하게 살다 간다.

폭력을 쓰지 않고 폭력을 당했던 사람들이 진짜 영웅임을 기억해야 한다.

항상 회사는 인재를 원한다고 소리친다. 그런데 직속 상사가 자신 위치를 위협하는 인재임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할까? 아마 칼뱅이 카스텔리오에게 가진 생각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먼저 올라오는 싹을 제거해야 내 권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기에..

권위란 폭력 없이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권력을 뽑아야 하는 지금.

 

독재자의 권위가 처음으로 흔들리고 난 후에도 실제로 무너지기까지는 정말 길고도 험한 길이 놓여있다.

독재자 딸이 결국 해냈다. 독재자의 잔재를 뿌리 뽑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우린 새로운 권력을 뽑는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천칭자리다.(별자리를 배우고 좋은 건 내 의견에 대한 방패막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 두 번 정권을 기득권 세력이 했으니 이번 정권은 진보 정권에게 기회를 주면 평형을 이뤄주는 예쁜 저울이 될 것 같다. 보수도 진보도 서로 불안한 점이 있지만 일단 이번 정권은 이전보다는 다른 새로운 정권이었으면 하는 게 내 내면적 생각이다.

 

저자는 신교가 기독교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시절에 대한 명쾌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 이를 이용해 그가 살고 있는 현재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나는 그가 과거에 대해 쓴 책을 읽으면서 몇 백 년 전 과거를 보는 동시에 이제 올 미래를 본다. 책이란 존재가 가진 무궁무진한 능력이다.

 

사실 그가 하는 말 대부분을 인정하진 않는다. 특히나 칼뱅과 카스텔리오 외모를 가지고 비교했을 때는 대인배같지 않았다.  싸우다 할 말 없을 때 "너 몇 살이야?"라고 묻는 느낌? 요즘 남은 칼뱅 초상화들이 미화되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있지만 말이다요즘 대통령 후보 외모뿐 아니라 포스터 가지고 말이 많다그걸 보면 또 저자가 이야기한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어느 정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역사는 계속된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내 몸 안에서 격렬한 거부반응이 몰려왔다. 내가 생각했던 세계가 우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내게 칼뱅은 어두운 가톨릭 시대에 한 줄기 빛이고 고결한 혁명가였기 때문이다. 이 무너짐을 겪으며 또 현시대 다른 분이 가진 그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역사는 그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때때로 우리에게 알 수 없는 퇴행을 마련해놓는다.

 

 

칼뱅은 자신이 한 세르반테스에게 행한 화형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할 수 없었다. 옳지 않은 일에 대한 글은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역사는 변한다.

 

언제나 가장 완벽한 극단은 마지막에 서로 만나는 법이다.

권력은 자유의 반대말인가? 고인 물은 썩는다. 역시 오래된 권력은 쇠퇴하게 되어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잡은 권력이라도 결국엔 어쩔 수 없이 변질된다. 이는 내가 가진 개똥철학이 아니다. 오래된 역사가 그렇게 증명해준다. 이를 저자가 다시 한 번 칼보다 강렬한 문장으로 또 한 번 깨우쳐준다. 그렇기에 감정에 치우쳐 있지 말자. 항상 깨어있자.

 

지금 이 시대는 변하고 있다.

 

권력자들이 자유정신의 입을 틀어막고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양심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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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4-2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은 책인데 아직도 리뷰를 쓰지 못했네요.
다시 한 번 읽고 리뷰를 써야 할 듯 합니다.

작년과 또다른 시절이라 새로운 감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책한엄마 2017-04-21 22:35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소장하길 잘했다 싶어요.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걸 깨달을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읽고 쓰시면 정독할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7-04-22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의 책을 모으는 중입니다. 그 중에 읽은 책이 《발자크 평전》 뿐입니다. ^^;;

책한엄마 2017-04-22 10:37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사일러스님 따라 발자크 평점을 읽어야겠어요.
비록 발자크 책은 한 권 읽었지만요.^^

북프리쿠키 2017-04-22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츠바이크의 책 <광기와우연의역사><마리앙투아네트.베르사유의장미>를 읽었는데요.
마리앙투아네트 읽고 츠바이크의 팬이 되었어요. <다른의견을가질권리>는 얼마전 읽은 밀의 자유론을 연상시키는 제목입니다.
좋은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한엄마 2017-04-22 19:00   좋아요 1 | URL
오오!!이렇게 츠바이크에 빠지게 되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이 분 소설도 재밌더라고요.˝낯선 여인에게 온 편지˝진짜 재밌게 들었어요.소라소리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