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페미니스트는 왜곡됐다.
메갈리아라는 ˝싸우는 페미니스트˝ 영향이다.

억울하고 화가나서 울컥 감정이 올라오면 나도 울렁거리는 글을 쓴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울렁거리는 글은 미래 나를 벽 차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메갈리아‘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아직 나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여기, 또 다른 방식으로 페미니스트 글을 쓴 작가가 있다.
가볍고 신선하게 그렇게 ˝나쁜˝ 고정관념을 없애주는 책이 여기 있다.

여자˝라는 상품이 아닌,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인간‘으로 여겨달라는 운동.
그것이 ‘여성학‘이고 ‘페미니스트‘의 기본 논조다.
저 노 메이크업이 불편한가?
당신은 ˝여자는 000이어야 해‘라는 고정관념에 갇힌 사람이다.
남자가 노 메이크업이면 ‘상남자‘가 되지만 여자가 그러면 ‘上女‘가 된다.(해석은 각자 마음에 있다.)

저자는 ‘소수‘ 3요소를 두루 가지고 있다.
작가는 여자이고, 흑인이며, 고도 비만이다.
그렇지만 고등 교육을 받은 똑똑한 교수님이다.
그 점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무기다. 이를 이용해 용감하게 싸운다.
여자로서 싸우고
흑인으로 반발하며
고도 비만 입장에서 변호한다.

많이 배운 분, 록산 게이.
그분은 배웠음에도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알못인 나도 그분 유머를 알아들을 수 있다.
이 책 또한 현학적 어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조차 흔하게 만났던 미국 대중문화를 통해 페미니즘 입장에서 비판한다.

일단 이 분과 친해지게 된 계기는
‘헝거게임‘이다.

헝거게임 세트
저자 수잔 콜린스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5.10.22.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이 책을 보며 했다.
정말 멋진 8번 여인 주인공 캣니스가 2번 남자 피타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산 이야기.
하아-멋지다. 멋지다. 멋지다.
록산 게이는 이 책이야 말로 진정한 페미니즘 이야기라 칭한다.
차별, 그 당연함에 대하여-
저자가 여자를 비하하는 가사를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린다는 이야기.
비만캠프에 대한 경험담을 쓴 마른 소설가 이야기.
아직도 남아있는 백인 우월적 사고를 보며 생긴 상처를 보며 남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 그곳은 그럴 수 있지.
그러다가 이 부분을 보며 뒤통수를 가격 당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 학생들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바싹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그 사람들 어떤지 아시잖아요.˝

이 순간 나는 다인종적인 맥락 안에서 인종 차별주의가 이루어지는 법칙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인종 차별적 비밀을 공유할 때만 한편이 되는 게임에는 관심 없다. 이후에 나는 그때 그 관리인에게 그러한 일반화는 잘못되었다고 한마디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에 대한 차별에만 대항하는 게 아니다. 모든 편견과 불평등에 반기를 든다.
록산 게이는 그런 사람이다. 흑인이 황인종(특히 한국인)에 대해 수군거리는 모습까지 비판하는 정신.
그것이 진정한 평등으로 가는 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은 우월하고 자신보다 약한 자를 우습게 여기려는 본능이 숨어있다. 나 같은 경우는 나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얕보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이젠 고칠 거다.) 록산 게이는 그 본능을 감시하고 만인을 평등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에이미
감독 아시프 카파디아
출연 에이미 와인하우스, 마크 론슨, 피트 도허티
개봉 2015 영국
정말 우스꽝스러운 몰골 여자가 파파라치 샷에 걸렸다.
항상 이 사진과 함께 딸려오는 덧글은 이랬다.
˝그래도 노래는 최고.˝
일단 외모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와인은 알아도 와인하우스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저 영화를 봤다.
귀신에 홀린 듯 와인하우스 노래에 홀렸다.
결국 비극적 생을 마감한 가수가 됐다.


그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 우리처럼 남들 모르게 사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명인이. 부르면. 가십이. 응답한다.

우리는 이 소녀-여자가 거리에서 맨발로 상체를 노출한 사진을 본 적 있었고 퉁퉁 붓고 화장이 지워진 창백한 얼굴에 머리가 흐트러진 사진을 보았고 그녀의 몸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사진 또한 보았다.

그녀는 죽은 후에도 사생활이 없었다. 이 또한 비극이었다.

대부분 사람이 생각한다.
연예인은 신흥 재벌이다.
얼굴이 알려지면 빌딩 하나 세운다.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대중이 그들에게 부리는 폭력은 정당화된다.
많이 벌고 인기 있으면 됐잖아?
용감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는 이 잔인한 부분을 통찰력 있게 잡아냈다.
욕 먹어도 좋아. 할 말은 해야겠어.
록산 게이는 거침없다.
시원시원하게 이미 얻은 기득권에게 할 말을 한다.
보통 사람은 그렇다.
특권층이 되기 위해, 그놈의 ‘기득권‘이 되기 위해 머릿속에 지저분한 글자들을 쑤셔 넣는다.
그리고 기득권과 만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
기득권을 만나고는 파리처럼 지문 닳도록 손바닥을 비벼댄다.
부스러기 하나 떨어지기는 바라면서.

그런 사람은 반대 소리를 내는 사람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시끄럽게 사회를 어지럽힐까?
그런 반발에 록산 게이는 아주 경쾌하게 반박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기득권은 소수 집단을 침묵시켰고 투명 인간으로 만들었으며, 사다리 밑에 있는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욕구 불만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나와는 다른 특권을 지녔지만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 막아야 하는 것일까?

특권은 그 사람의 말에 들어 있는 유익한 내용까지도 무효화시켜 버리는 것일까?
충격, 충격, 충격

헬프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1 미국
대부분 책과 영화에 대한 비판은 내 생각과 일치했다.
그러다 ‘헬프‘에 대한 저자가 하는 신랄한 비판을 보면서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제까지 나는 ‘헬프‘라는 영화를 보며 흑백차별에 대한 폭력성에 대해 반성하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록산 게이는 이 영화로 심하게 분노한다. 무려 3주 동안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단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인종차별을 생각했지만 여전히 진정한 차별에 대한 속내를 100% 공감하지 못 했다.


친구들이 당당하게 ‘헬프‘들을 막 대할 때 스키터는 조용히 앉아서 아무 말도 못하지만 얼굴은 찡그리고 앉아 있다. 그녀의 찡그린 얼굴을 통해 우리는 인종 차별이 아주아주 나쁜 것이며 착한 남부 소녀들은 이 유모들을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이 어린 것이 감히 마법의 니그로들이 살아온 세월을 고백하게 하여 영혼의 치유를 받게 해 구원으로 이끄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가 찰뿐이다.

이타적이고 훌륭한 행동으로 봐줘야 하겠지만 이런 제스처는 영화가 끝까지 생색내고 있음을 나타낼 뿐이다.
스티커 이미지
하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한국인을 애잔하게 바라보는 서양 사람이 불쌍히 여겨 책을 내고-
이를 보고 감명받은 사람들이 더더욱 한국인을 불쌍히 여겼다는 내용.
나는 철저하게 백인 입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러면서 가슴 뿌듯해하며 좋은 영화라며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 창피했다.
직접 당하는 사람만이 아는 고통. 그 모욕감.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말하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다. 시끄럽다고 귀를 닫지 말고 제발 듣고 각성하자.
시끄럽다고 하지 마세요.
약한 자는 말이 없다.
역사적으로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착취하며 살았다.
인도에서는 카스트제도가 있다.
천민 계급에게 준 위안은 참으로 어이없다.
이번 생에 열심히 뼈 빠지게 일하면 다음 생에서는 좀 더 높게 태어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위로다.

더 이상 약한 자가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약한 자가 힘들다고 억울하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귀찮고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다. 모두 다 잘 사는 방법을 위한 의미 있는 성장통이다.
제발.
제발.
함부로 무시하지 말기를.
최소한 이들이 어떤 이야기로 자신 입장을 이야기하는지 깨닫기를.
안다는 것은 행동하기 위한 준비운동이니까.

올해는 많이 알았으니 내년에는 행동하는 한 해가 되길..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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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1-01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미 와인하우스 목소리 정말 매혹적입니다. 그 여자의 삶 또한 종잡을 수 없는 애잔함에 마음에 파문이 일었지요. 예술가의 불운한 인생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차별을 정당화하는 가진자들에게 더이상 놀아나면 안 되지요.

책한엄마 2017-01-02 07:46   좋아요 0 | URL
차별하는 삶은 어찌보면 안정되어 보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요.
인생이 모두 잘 풀리고 엄청 편한 삶을 산다.
이건 잘못된 부분이 시작된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내 편함을 위해 고통받고 있을 거에요.조금 불편해도 다수가 잘 사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7-01-02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갈리아와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꿀꿀이님의 깊이있는 균형감각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남자든 여자든 대결구도가 되어서는
서로에게 폭력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책한엄마 2017-01-02 07:50   좋아요 2 | URL
네, 남성도 여성에게 차별받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무조건 남성이 힘든 일(육체 노동)을 해야하고 남자가 식사값을 내야 남자다운 것이고 여성을 사랑한다는 증명인거고..여자친구는 꼭 집에 데려다 줘야하고..등등등

저는 그 차별도 반대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페미니즘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이갈리아의 딸들‘을 보며 느낀건 ‘남자들에게 똑같이 해줘서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해줘야겠다.‘가 아니었어요.
˝불쌍한 남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여자를 괴롭히고 약자로 만든다는 걸 모르는 구나.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였습니다.

그 생각은 그 당시 제가 산 만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요.

북프리쿠키님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cyrus 2017-01-02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말부터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보고 있었어요. 처음에 읽었을 때는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까 내용 속에 작가의 인종차별적 인식이 보였어요. 제가 러브크래프트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크게 실망했어요. 나중에 비판적인 생각을 글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2017-01-02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