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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돈이 되는 기적 -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
이성주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글 써서 먹고살기.
와, 대단하다.
멀리서 ‘작가‘라고 하면 굉장히 멋져 보인다.
그 속살은 실제로 책을 출간해도 인쇄 한 번 하면 천 부 이하를 찍지만 그만큼도 다 팔리지 못한다.
일단 돈은 벌어야겠기에 ‘우라까이‘(대충 베끼지만 표절은 안 걸리게 교묘한 짜깁기) 등을 이용해 필명이나 편집실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
대충 광고 등으로 가져가는 책이나 회사 안에 있는 잡지 글도 대충 써 내고..
그렇게 허우적거리면서 글을 써댄다.
하다 하다 결국엔 남 석사 논문, 박사 논문까지 대신 써준다.
이것 또한 ‘우라까이‘가 사용된다. 이미 나와있는 논문을 대충 짜깁기.
심지어 유명한 연예인이나 유명인 자서전 같은 글도 대신 써 준다. 몇 번 대화 나누면 사이즈가 나온다고.. 이렇게 책이 나오면 또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꼭 자신이 쓴 것 마냥 이 책을 앞세워 강연을 나간다.
그렇게 유명인 책을 대신 써주다가 큰 사건이 터진다.
저자가 다른 사람 이름을 걸고 쓴 책이 계속 뉴스에 오르내렸다고 한다.
오싹한 경험. 콕 집어서 ‘이거 내가 대신 써준 책‘이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게 교묘하게 글을 썼다. 그것 또한 글쓰기 고수로 가능한 일이겠지.
돈이 먼저냐, 글이 먼저냐.
이 책은 정말 쉽게 쓰인 책이다.
작가의 신세타령이 이렇게 책이 된다. 그 자체가 기적이다.
이 분은 업계에서 ‘책 쓰는 기계‘라고 불린다 한다.
그냥 열흘 안에 뚝딱 책 한 권을 쓰고 일감을 툭! 던지면 톡! 하고 나오는 실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나오는 글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기에 어떤 분은
˝정말 신경 써서 제대로 글을 쓴다면 대단한 작품이 나올 거라 얘기하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쓰라는 이야기도 한다고 한다. 흠....
그것보다 더 쇼킹한 사실.
베스트셀러 안에서도 분명히 누군가 대신 써준 책이 번듯하게 글쓴이만 바꿔 올려져 있다는 사실.
또 뻔뻔한 게 자기가 쓰지도 않았으면서 강연을 다니는 세태.
(젊은 사람들 마음을 몇 번 흔들리고 아프게 하니까 괜찮으십니까?
요즘엔 트렌드 열심히 파시더라고요.)
또한 교수에게 수업을 듣지도 않았지만 ‘우라까이‘만으로 ‘우수 논문‘이 되는 현실.
석사 논문 대신 써주는 건 백만 원, 박사는 삼백만 원. 대신 써준 논문으로 당당히 학위를 따고
석사 박사라면서 가방끈 짧은 사람에게 우월감을 느낄 그 사람들에 대한 역겨움.
심지어 유학 갈 미국 에세이도 한국에서 대신 써주는 사람 따로 번역해주는 사람 따로.
결국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써준 추천서로 아이비리그 정치 대학원에 합격하는 현실.(대학은 예체능이었다고 하니 그 집이 얼마나 돈이 많을지는 알겠다.)
돈이면 다 된다.
글도 돈만 있으면 글 잘 쓰는 사람을 고용해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글이 돈이 되는 게 아니라 이쯤 되면 돈이 글이 되고 머리가 된다.
(뜬금없지만 요즘 유명한 달가닥 훅들은 돈으로도 참..... 그거 누구 돈이니?)
씁쓸하다.
이 책을 난 왜 읽었을까?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 또한 글을 쓴단다. 물론 보고서지만..
항상 보고서를 작성하고 위 사람에게 회사 상황을 알리는 일을 한다.
대부분 책상에서 일하는 회사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닐까?
기자도 돌아다니면서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 일도 예체능이 아닌 이상 글을 쓰는 데 기초가 되는 지식을 알리는 일을 한다.
노동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글을 쓴다.
이 책으로 돈을 버는 어떤 일은 옳지 못하다. 그런 일이 ‘돈을 버는 일‘이 되면 안 된다.
(ex.대필)
게다가 듣. 보. 잡. 언론사 기자들은 글을 가지고 돈을 뜯는 깡패다.
심지어 이름 있는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뜬금없이 학교나 회사에 무슨 상을 주는데 언론사 후원금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네.
만약 안 한다면 어떤 글로 주먹을 대신할 지..
이 책은 의식 흐름에 따른 책이다.
훌륭한 책이라고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솔직한 책이다.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미사여구를 다 제외하고 쓴 진실한 책이다.
혼자만 힘으로 ‘글을 잘 쓴다‘는 사실만으로 밥 벌어 먹기 위한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민낯을 보고도 글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만이 진정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